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21년은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은 헌정 개정판입니다. 화사한 리커버 표지 위에 금색으로 박힌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성년의 나날들'이라는 글자가 눈부십니다.

제가 처음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책을 읽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는 일일드라마처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책 갈피 속에 들어있는 박완서 작가님의 사진 엽서(1955년, 결혼한 이후 서울 집 앞에서 찍은 사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342p)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소설입니다. 

스무 살의 주인공 '나'는 1951년 1·4 후퇴 때부터 시작하여 1953년 결혼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안방에선 올케가 오빠 다리의 총구멍에 심을 갈아 끼우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이야기.

오빠로 상징되는 전쟁의 트라우마, 뒤틀린 이념 갈등의 상황들이 생상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든든한 보호자였던 오빠가 한순간에 쓰러지면서 주인공은 스무 살이라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성년이 되었습니다. 폐인이 된 오빠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혼자서 온갖 시련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에게 6·25 전쟁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총알이 퍼붓고 폭탄이 터지는 모습으로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전쟁터 이면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쉬어서 버리면 안 되지."

엄마가 헛소리처럼 말하면서 팥죽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둘러앉아, 사랑하는 가족이 숨 끊어진 지 하루도 되기 전에 

단지 썩을 것을 염려하여 내다 버린 인간들답게,

팥죽을 단지 쉴까 봐 아귀아귀 먹기 시작했다. 

    (208p)


그러나 이 소설은 암울한 내용만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소소한 일상의 풍경들을 통해 절박한 희망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요. 주인공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는데, 이번에는 그 삶이 온전히 현실의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과 함께 무르익었나봅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인생이 소설을 넘어 진짜 생생한 경험으로 전해졌고,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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