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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ㅣ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1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3권 중 첫 번째 책이에요.
<맛>에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평소에 단편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역시 로알드 달의 단편은 강렬하고 짜릿하네요.
대부분 짧은 이야기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로알드 달은 반전 결말로 신선한 충격을 주네요.
천재적인 이야기꾼과 사기꾼은 한 끗 차이인 것 같아요.
세상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목사의 기쁨>의 주인공 보기스 씨는 골동품 가구 상인인데 성직자 복장으로 변장하여 사람들을 속이고 있어요. 목사인 척 속여서 비싼 골동품을 아주아주 싸게 구입해서 아주아주 비싸게 팔고 있어요. 이번에도 완벽하게 속였어요. 다만 너무 완벽한 탓에... 자기 발에 발등을 찍는 꼴이 되었어요. 왠지 고소한 맛.
<손님>은 굉장히 스펙타클한 작품이에요.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내게 유언과도 같은 편지를 남긴 오스왈드 숙부예요.
오스왈드 헨드릭스 코넬리어스.
거창한 이름답게 오스왈드의 삶은 화려했어요. 부유한 독신자로서 수많은 곳을 여행하며 카사노바처럼 즐겼던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조카에게 스물여덟 권의 일기를 남겼어요.
그는 편지에서 신신당부했어요. 일기를 잘 보관하라고, 집안 사람들이 읽는 건 괜찮지만 절대로 낯선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고. 만약 이것을 출판한다면 큰 위험에 처할 거라고, 아니 끝장날 거라고 경고했어요. 역시나 오스왈드의 일기에는 사교계를 박살내버릴 폭탄이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조카인 '나'는 출판하기로 마음 먹었고, 우리가 읽게 될 내용은 맨 마지막 권의 시나이 이야기로, 그때 오스왈드는 쉰한 살이었어요.
와우, 쉰한 살까지도 거침없이 매력을 내뿜었던 남자 오스왈드! 그의 마지막 이야기, 궁금하죠?
<맛>은 교활한 미식가 리처드 프랏의 이야기예요. 그는 포도주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묘한 습관이 있어요. 약간 수줍어하고 망설이는 듯한 조신한 맛이라느니, 명랑한 포도주라느니... 개뿔! 사기꾼의 언변이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해서 정신을 부여잡지 않으면 속기 마련이에요. 리처드 프랏의 속임수에 걸려든 인물은 마이크 스코필드라는 부유한 증권 중개인이에요. 속는 사람의 유형은 두 가지예요. 너무 순진하거나 너무 탐욕적이거나. 비어 있거나 꽉 차서 넘치거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대다수라서 사기꾼들이 쉴 틈이 없는 것 같아요. 리처드 프랏이 계획한 사기 행각의 결말은... 와우, 이 맛은 긴장감 넘치네요.
<항해 거리>는 내기 혹은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주는 이야기예요.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상하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 같은 작품이에요.
<남쪽 남자>는 <항해 거리>와 같이 도박 중독자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어요. 인생은 도박이 아니라고요. 한방 대신에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자는 교훈이 저절로 생각나는 이야기예요.
<정복자 에드워드>는 에드워드와 그의 아내 루이자의 이야기예요.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이 남자의 성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될 거예요.
<피부>는 기상천외한 예술 작품에 관한 이야기예요. 인간의 상상력이란 늘 선을 넘어서 짜릿하고 동시에 위험한 것 같아요.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① <맛>은 처음 로알드 달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에요.
아하, 이것이 이야기의 재미구나... 빠져들 테니까. 천일야화처럼 이야기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어려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