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뇌 - 모방 욕망에 숨겨진 관계 심리학
장 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임명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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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뇌>는 프랑스 신경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 장 미셸 우구를리앙의 책이에요.

이 책은 신경과학과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발견을 기존 이론에 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어요.

방금 세상에 나온 신생아는 오로지 모방을 통해서만 타인과 관계를 구축하고, 운동(첫 번째 뇌)과 감정(두 번째 뇌) 또한 모두 모방을 통해 배운다고 해요.

그 모방 욕망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세 번째 뇌라는 거예요.

정신이라는 기계의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의 뇌(첫 번째 뇌)와 감정의 뇌(두 번째 뇌)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방의 뇌(세 번째 뇌)를 알아야 아이가 사회성을 배우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아 간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세 번째 뇌는 사람을 만드는 뇌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모방 욕망과 희생 메커니즘은 르네 지라르의 주요 가설을 따르고 있어요. 르네 지라르는 저자에게 모방 욕망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인 『베로나의 두 신사』를 예로 들어보면, 친한 친구 사이인 발렌타인과 프로티어스는 취향이 같아서 욕망마저도 일치할 때가 많은데, 문제는 발렌타인이 사랑하는 여인 실비아를 친구 프로티어스에게 소개하면서 시작돼요. 발렌타인과 취향이 같은 프로티어스도 실비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친구의 우정은 욕망 때문에 변질되고 말아요.  두 사람은 경쟁자가 되어 프로티어스가 실비아의 아버지에게 친구 발렌타인을 모략해 그를 밀라노에서 추방시켜 버려요. 모방 욕망의 메커니즘은 또다른 작품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어쩌면 대중들은 이미 위대한 문학 작품 속에서 모방 욕망이 주는 강렬한 자극에 빠져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 뇌는 거울신경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어요.

리촐라티와 갈레제는 PET 스캐너와 기능성 자기공명촬영장치 fMRI 로 특정 행동을 하면 특정 신경이 활성화된다는 걸 증명해냈어요.

타인의 신경과 공명하고 타인의 신경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신경을 '거울신경'이라고 명명했어요. 타인의 뇌와 반응하는 뇌는 '이해하는 뇌'이며, 이런 종류의 이해는 거울신경의 활성화에도 나타난다고 해요. 타인의 감정 반응을 이해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거울 특성을 지닌 영역 전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행동과 마찬가지로 감정 역시 즉각적으로 공유되는 거예요. 관찰자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경우, 타인이 행동할 때 활성화된 동일한 신경 메커니즘이 관찰자에게도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거예요.


저자는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대화하면서 신경증 환자나 정신병 환자뿐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두 가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에 대한 소유권이 타인의 욕망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선행성을 주장해요. 자신의 욕망은 타인의 암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암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모델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심리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시킨 새로운 초심리학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모든 인류에게는 두 개의 상수 N과 N’가 있다는 것. N은 자신이 자기 욕망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N’는 자신의 욕망에 영감을 주고 그 욕망을 탄생시킨 타인의 욕망보다 자신의 욕망이 시간적으로 선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에요. 이제 N과 N’에서 정상적인 심리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해석되는지, 그리고 N과 N’에서 자아와 욕망이 두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신경증과 정신병 전략을 펴는지 연구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어요. 저자는 이것을 심리학과 정신병리학이 가야 할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모방이 어떻게 정신에 작용하는지, 즉 세 번째 뇌의 시각에서 질병 분류 체계를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심각한 정신병리 증상과 다양한 행동장애들은 욕망이 욕구와 본능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애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욕망의 병은 거의 세 번째 뇌에 생긴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어요. 오늘날의 약물중독은 욕망의 결핍(성장의 부재)에서 출발하며, 결핍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욕망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대체품으로, 자아를 창조하고자 하는 절망적 시도라고 해요. 욕망은 자아를 만드는 것인데, 욕망이 없으면 자아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 약물중독자들처럼 부재하거나 사라져가는 자아의 특징을 찾아 진단하고 치료하기란 어려운 일인 거죠. 

욕망은 움직이는 에너지이며, 욕망의 궁극적 목표인 대상을 선택하는 일은 모델과 부모의 금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요. 부모의 금지는 욕망의 근육을 발달시키고, 그 근육은 저항에 부딪히면서 강해지는데, 부모가 방임하여 아무것도 금지하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욕망의 결핍으로 튼튼한 자아를 만들 수 없어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 욕망이 의지로 단단하게 변모해간다고 해요. 의지는 모방 욕망과는 달라요.

현대 사회는 욕망의 병과 관계의 병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퍼져가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은 세 번째 뇌를 통해 모방 욕망의 메커니즘으로 풀어갈 수 있어요. 욕망은 모방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자아를 형성하는 욕망은 실제로는 타인의 욕망이 반사된 복제품일 뿐이에요. 사람들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무자비한 모방 욕망 메커니즘에서 벗어나려면 모방 현실을 인정하고 직시하며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모방 메커니즘과 경쟁의 노리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 

결국 욕망은 자아의 욕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욕망의 자아가 되는 새로운 초심리학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세 번째 뇌를 통해 새로운 길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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