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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베이비 팜>은 조앤 라모스의 장편소설이에요.
소설, 허구의 산물.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대리모에 관한 뉴스가 떠올렸어요. 막연하게 기사를 통해 접했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소설을 통해 생생한 이야기로 마주하니 꽤 충격적이었어요. 미국의 경우는 연방국가라서 각 주마다 대리모에 대한 법률적인 입장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 등 대리모가 합법적인 주에서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해요. 이미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대리모를 통해 2세를 얻었다며 언론에 공개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대리모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대리모에 관한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여겼는데, <베이비 팜>을 통해 그 심각성을 현실적인 문제로 자각하게 되었어요.
이 소설은 제인, 아테, 메이, 레이건, 네 명의 여성을 통해 계층, 성별, 인종 문제를 그려가고 있어요.
제인은 젊은 필리핀 이민 여성이에요. 남편과 이혼 후 딸 아말리아를 혼자 낳아 키우고 있어요. 최저시급을 받으며 양로원 청소일을 하고 있어요.
아테는 제인의 사촌으로 부유층 가정에서 신생아 보모로 일하고 있어요.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그 자리를 제인에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한푼이 아쉬운 제인은 겨우 한달 된 아말리아를 두고, 아테가 일하던 가정의 신생아를 돌보게 됐어요. 돈 때문에 선택한 일이라, 제인은 아테가 소개한 대리모 일을 하게 됐어요.
메이는 골든 오크스, 일명 농장이라고 불리는 시설의 운영자이며, 중국인 거부 덩 여사의 투자로 골든 오크스의 대리모 사업을 확장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어요.
레이건은 골든 오크스에서 제인의 룸메이트가 되는 대리모이며, 백인 여성이에요.
골든 오크스는 가상의 시설이지만, 그동안 상업적 대리모를 합법화하여 출산하고 있는 미국의 실정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는 해도, 설마 아기까지 대리모를 통해 상품처럼 거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어요.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불임과 난임 부부들이 인공수정, 시험관아기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생명 윤리 측면에서 논의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리모는 아예 처음부터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지녔기 때문에 금지해야 된다고 봐요.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짓밟는 폭력이에요.
미국에 이민 온 필리핀 여성을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 백인과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 여성과 남성간에 벌어지는 차별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어요. 자본주의가 세상을 바뀌어 놓았다고 해도 절대 바뀌지 말아야 할 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인간에게 윤리란 인간다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어떤 문제든지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막아야 한다고요. 아기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은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물건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는 똑같이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다른 이유 때문에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