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 사쿠라기 시노의 장편소설이에요.

나와 너, 타인이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여자와 남자가 사랑할 때는 서로 상대방만 바라보느라 다른 건 신경쓸 겨를이 없을 거예요. 사랑은 감정이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살아간다는 건...

동그라미와 세모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노부요시와 사유미.

두 사람은 역 근처에 있는 작은 빌라에 살고 있어요.

시립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사유미는 얼마 전 외래 진료만 보는 개인병원으로 직장을 옮겼어요. 덕분에 노부요시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수입은 줄어들었어요. 처음에는 절약을 취미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월급의 대부분이 생활비로 사라지는 나날이 계속되자 마음이 피폐해졌는지 이따금 견딜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어요.

언제까지 이런 식일까... 벌써 서른여섯 살, 아이 가지기를 주저하는 나날에 기한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에요.

그럴 때면 노부요시의 심적인 부담이 더 크다는 생각에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덮어버렸어요. 아무렇지 않은 듯.

불혹의 나이가 된 노부요시는 영사기사라는 직업이 있지만 점차 동네 영화관이 사라지면서 띄엄띄엄 일을 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가 본업이 된 후로 노부요시의 지갑은 늘 여유가 없었어요. 아직 영사기사라고 밝힐 수 있던 시절에 사유미를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고 서로의 원룸을 드나들다가 밀당 같은 것을 할 틈도 없이 함께 살게 되었어요. 사유미의 어머니가 동거는 어쩔 수 없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말라며 반대했지만 사유미의 고집으로 생일날 혼인신고를 했어요. 그러자 사유미의 어머니는 노부요시에게 최소한 안정된 직장이라도 구하라며 압박했는데, 도리어 까다롭게 직장을 고르다보니 지금까지 무직이 된 거예요. 돈 한 푼 안 되는 원고를 쓰면서 아내가 벌어온 돈으로 살고 있으니, 처가집에 갈 염치가 없어요. 노부요시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데, 일요일 밤이면 아들 노부요시에게 전화해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매번 혼자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노부요시는 걱정이 생겼어요. 어머니의 건망증이 치매가 될까봐, 그러면 아내에게 부담이 될 테니까.

사유미가 친정에 먼저 연락하지 않게 된 지 4년이 지났어요. 노부요시를 소개한 날부터 못마땅하게 여겼던 어머니는 여전히 무직인 남편을 기둥 서방이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가끔 어머니가 연락할 때만 혼자 친정에 갔어요. 그 사실조차 남편에겐 숨긴 채.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알 수 없어요.

다만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보이네요. 부부라는 관계로 이어진 삶.

사유미는 무능력한 남편을 탓하지 않지만 남편 노부요시는 느끼고 있어요. 아슬아슬 오가는 긴장감과 불안.

읽는 내내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가슴속에 내려 쌓이는 것이 뜻밖에 수치심임을 깨달았다.

말랐다가 축축했다가, 굳었다가 녹았다가를 반복하는 감정이......"   (180p)


만약 노부요시가 그 감정들을 가슴에 계속 쌓아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부간의 갈등은 혼자 쌓아둔 감정에서 비롯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노부요시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렸어요. 사유미를 사랑하게 된 이유.


귀뚜라미를 놔주는 여자의 흰 손가락을 머릿속에 그려 봤다.

사유미가 옆에 있는 동안 자신은 지독한 슬픔은 맞닥뜨리지 않고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둘이 있으면 부모의 죽음조차 흘러가는 풍경이 된다.  (249p)


어찌보면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심심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심심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요. 부부의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혹시 궁금한 사람들은 노부요시와 사유미를 통해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거예요. 부부로 살면서 겪게 될 시련은 다양한 모습이지만 그걸 극복해내는 건 단 하나의 모습이라는 걸.


팔랑팔랑 작은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마음도 쌓일 것 같은 밤이다.

집 앞에 도착하자 사유미는 다키에게 물었다.

"저도 행복한 걸까요?"

"물론이지, 어느 모로 보나 완전한 행복으로 보이는 걸."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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