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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뜬 자들의 도시』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이에요.
우선 이 소설은 『눈먼 자들의 도시』의 4년 후 이야기예요. 그러니 아직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지 않았다면 먼저 읽어봐야 해요.
솔직히 전작을 읽으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터라 『눈뜬 자들의 도시』는 그리 놀랍지 않았어요.
모든 부조리한 상황들이 이상하게 납득이 되었어요. 그건 소설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라서.
불행의 씨앗은 이미 사회 곳곳에 뿌려져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싹을 틔운 건 바로 백지 투표였어요.
선거 개표 결과, 유효표 숫자가 25퍼센트에 미치지 못했어요.
우익정당이 13퍼센트로 1위였고, 중도정당이 9퍼센트, 좌익정당이 2.5퍼센트였어요. 무효표나 기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나머지 표, 그러니까 전체 표의 70퍼센트 이상이 모두 백지였어요.
혼란과 망연자실, 또 조롱과 경멸의 분위기가 전국을 휩쓸었어요. 나쁜 날씨 외에는 달리 사건이나 동요 없이 치뤄진 선거였는데 백지투표라니!
대통령을 비롯하여 총리와 각부 장관들은 난색을 표했어요. 이것은 테러다!
언론은 선거에서 불행한 결과가 나온 이후 시민적 분노를 앞세우며 유권자들의 예상치 못한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했어요. 유권자들이 어떤 이상하고 위험스러운 도착 상태에사로잡혀 나라 전체의 이익이라는 더 높은 수준의 대의에 눈을 감아버렸다면서 반역자 내지 미치광이 취급을 했어요. 그러다가 비상사태가 선포되자 정부는 그와 관련된 권한을 행사하여 언론을 옹호해줬어요. 표현과 소통의 자유가 엄격히 규제되고 은밀하게 백지투표에 관한 조사가 시작되었어요.
정부는 몰래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 요원들을 선발하여 비밀정보부를 운영했고, 현장에 투입되어 수많은 용의자를 소환하여 심문했어요.
백지투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받는 상황인 거예요.
도대체 왜?
백지투표라는 미스터리를 정부는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였어요. 무정부주의자의 내란? 그래서 단지 백지투표 때문에 계엄령이 떨어지고 도시는 고립되었어요.
총리는 대통령에게 4년 전 사건을 언급했어요. 백색 실명 전염병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었던 사건. 그들은 전염병의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고, 종요히 그 사건을 묻어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백지투표가 전염병이라고 본 거예요. 익명의 고발장에는 4년 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부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그리하여 의사 부인은 백지투표의 배후로 지목되었어요. 이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경정은 4년 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 중 한 여자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지적했어요.
백지투표, 계엄령이 떨어진 도시, 지하철역의 폭탄.
현재 도시에 벌어진 상황과 4년 전에 눈이 머는 전염병이 퍼지는 기간에 일어난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여자의 증언으로는 의사 부인이 우리 모두를 구해주었다고 했어요. 그냥 구해주기만 한 게 아니라 보호해주고 먹여주고 돌봐줬다고.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의사 부인이 죽였다는 놈은 강간범이었어요.
경정은 의사 부인을 수사하면서 진실을 목격했어요. 자신의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두려웠다.
뭐가요, 우리가 괴물도 아니잖습니까.
당신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죄 지은 사람을 찾아내려 하다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보지 않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368p)
이 수사의 결론에 대한 책임은 오직 나 혼자만 지는 거야, 당신들은 진실만 말하면 나를 배반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당신들의 진실이 아닌, 진실의 이름으로 나오는 거짓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마.
알겠습니다, 경정님, 경감이 약속했다.
서로 도우라고, 경정이 말했다, 그게 내가 당신들한테 바라는 전부야, 요구하는 전부야. (369-370p)
『눈뜬 자들의 도시』는 모두가 보고 있으나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백지투표는 하나의 상징일 뿐, 권력자들의 우매함을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었어요. 안타까운 비극은 눈뜬 자들의 도시가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
결국 그들에게 희생되는... 눈뜬 자들의 눈먼 도시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