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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한국사를 다시 읽는 유성운의 역사정치 ㅣ 지도로 읽는다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은 한국사를 역사정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책이에요.
저자는 한국사를 전공한 후 기자 생활 15년의 절반을 정치부에서만 보냈다고 해요.
정치부에서 국회 출입기자로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연재했던 '유성운의 역사정치'를 보강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이 책은 지도와 도표를 통해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의 역사뿐 아니라 그 역사 안에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한국사 중에서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내용들을 추려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요. 특히 역사의 주요 장면마다 과거와 현재의 정치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과정이 의미 있는 역사 공부가 될 것 같아요.
삼국 시대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고구려 안시성을 지킨 양만춘과 연개소문에 관한 진실이에요.
영화뿐 아니라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안시성의 성주 이름은 무엇일까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안시성주'라고만 나올 뿐, 그 이름이나 출생지, 생몰 연도를 비롯해 그가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한 시기는 고구려가 멸명하고도 무려 500년 가까이 지난 때였어요. 《삼국사기》 외에 안시성주에 대한 기록은 《신당서》에 남겨진 당 태종의 언급뿐이라고 해요.
"내가 들으니 안시성은 지세가 험하고 무리들이 사나워 막리지(연개소문)가 공격하였지만 능히 이기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안시성은 그대로 두자" (55p)라는 정도의 기록만 전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역사에 양만춘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건 조선 선조 때, 윤근수가 쓴 《월정만필》에서 그가 임진왜란 때 만난 명나라 장수의 말을 빌려 《당서연의》라는 책에 안시성주가 양만춘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전했던 거예요. 다만 《당서연의》는 명나라 시대 출간된 소설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양만춘을 가공의 이름일 거라고 여긴다네요. 실제로 양 씨 성은 중국계 성이며 고구려 역사에서 등장하지 않는 성씨라고 하네요. 중요한 건 양만춘 이름 석 자가 아니라 안시성주라는 인물이 존재했고, 안시성을 지켰다는 사실일 거예요. 어떻게 당 태종이 이끈 10만 대군과 맞설 수 있었을까요. 안시성 전투의 승리는 이름을 남기지 못한 안시성주와 수많은 병사들뿐 아니라 연개소문의 외교술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연개소문이 설연타에 사신을 보내어 설연타가 당나라를 공격함으로써 당 태종의 관심을 돌렸던 거예요.
약한 병력에도 굴하지 않고 각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여 위기를 극복해낸 고구려의 저력을 보여주는 역사의 한 장면인 것 같아요.
임진왜란 이후에도 조선이 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7년 간의 전쟁 중 조선의 지배층이 목도한 것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난 민심의 이반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조정은 어떻게든 이반한 민심을 잡아야 했고, 백성들과 더불어 휴식하면서 안정 속에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의 '여민휴식'을 국정 어젠다로 삼았대요. 가장 약하고 무능했던 조선의 지배층이 어떻게 300년을 더 이어갔느냐, 이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면 지도층의 각성에 주목하고 있어요. 조선의 국정 운영자들은 과감하면서도 유연한 개혁을 시작하여 세금을 줄이고, 민간의 참여를 늘리면서 국가 예산을 긴축하여 사회 구성원의 국정 동참을 이끌었대요. 또한 농업 위주 경제를 벗어나 상업과 유통 경제에 눈을 돌리면서 서서히 임진왜란의 충격을 회복해갔던 것이죠. 저자는 조선 역사에서 민관이 함께 전진했던 몇 안 되는 장면으로 꼽고 있어요. 국가적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해가는 힘, 그 저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