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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몰라서
김앵두 외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사랑에 관한 기록들이에요.
김앵두의 사랑, H의 사랑, 시훈의 사랑, 선지음의 사랑, 탈해의 사랑.
각자 자신이 경험했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치 서랍 속에 넣어둔 일기장을 꺼낸 듯,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어요.
"사랑해 라고 말하는 동그란 입모양만이 사랑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애틋한 사랑이 여기에 있었다.
종종 우리는 지나간 사랑스러웠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억은 끝도 없이 팽창한다.
찬란했던 시절은 세월의 격간 사이사이로 솟는다.
존재한 적 없는 것 같이 흔적이 희미해졌으나,
분명 존재했던 시간들.
돌아갈 수 없음은 더욱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 앵두 (47p)
단편적인 추억들이라 내용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것 같아요. 앵두 작가의 표현처럼 추억은 끝도 없이 팽창하는데 흔적은 희미해진 느낌이에요.
지나간 사랑은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읽는 내내 뭔가 안타깝고 쓸쓸했던 것 같아요. 만약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따스한 햇볕을 쬐는 기분일 텐데...피부에 와닿는 따스함이 보이지는 않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듯이. 곁에 머물던 온기를 떠올리며 사랑을 추억하고 있네요.
H 작가는 시(詩)의 언어로 사랑을 들려주고 있어요. 그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사랑을 잘 몰라서... 그랬던 거라고.
추운 겨울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얀 눈이 유난히 시렵다면 그건 떠나간 그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가.
오래지 않아 녹아 버릴 그 눈송이로
어떻게 너는, 내게 영원을 주고 떠난 것일까."
- <사랑의, 눈> , H (83p)
시훈 작가는 "- 사랑, 그 족적은 너무나 인간적인 흔적이었다"라고 이야기하네요.
사랑은 있는 순간순간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에 남기는 발자국이라고.
네, 그런 것 같아요. 돌아보니 사랑이었노라, 라고 느꼈다면 이제는 그 사랑을 놓치지 말기를.
교환 일기를 쓰고, 우산 아래에서 첫 키스를 나누던 우리 이야기.
이별했다고 해서 잊을 수는 없겠지요.
선지음 작가에게 사랑이란...
"사랑은 기어코 삶의 전부는 아니란다. 세상이 공기라면 사랑은 수많은 정화 중 한 방법이야. 내 숨을, 또 네 숨을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드는, 이 삶, 이 땅에서 조금 더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저 아주 작은 빛을 만들어줄 따뜻한 가로등이야. 사랑은.
절대 무너지지 말자. 이 세상은 아직 미치도록 눈부셔." (233p)
사랑했고 이별했다면 옛사랑은 간 것이고 새로운 사랑이 올 차례예요. 그러니 살아보자고 이야기하네요.
탈해 작가는 "사랑은 알 수 없는데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고"라고 이야기하네요.
사랑했던 우리가 존재하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한다면 그럴 거예요. 하얀 종이 위에 빽빽이 적힌 글들이 사랑의 증거들이겠지요. 아니 흔적이라고 해야 하나.
"말하자면, 너는 내일이야. 알 수 없고, 그래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대하고 말아.
그러면서 그 사이의 공백을 공백만큼 생각해."
- 탈해 (306p)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는 김앵두, H, 시훈, 선지음, 탈해라는 삶의 조각 모음집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사랑은 모르겠지만 사랑은 삶의 조각이 아닐까요.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 조각 빠지면 허전하고 쓸쓸한... 그래서 오늘도 사랑을 추억하며 사랑하고 싶은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