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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평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어요.
지난 1월 14일 공수처법이 제정된 지 11개월 만의 일이에요.
그러나 야당과 언론에서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여당의 독주라느니, 국가형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거라며 우려의 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과연 그럴까요.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어요.
다음은 두 국회의원의 대화예요.
홍 : 공수처는 왜 수사권 기소권 다주냐!
우 : 그럼 이번 룸살롱 검사 같은 경우, 공수처가 수사해서 검사한테 기소하라고 하면 하겠냐! 제 식구 감싸기로 기소 안 하는데, 그럼 검찰의 잘못은 누가 기소하죠?
홍 : 검찰의 잘못은 언론도 있고, 법원도 있잖습니까..
우 : (검찰) 기소하는 사람이 자기니까 안하잖아요.
홍 : 그럼 재판해서...
우 : 기소를 안하는데 재판을 어떻게 합니까.
홍 : &&%@&&&
우 : 그러니까 검찰이 잘못했을 때 누가 기소하죠?
라임 사태로 구속된 김봉현 전 회장이 술집에서 현직 검사들을 접대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실제로 술 접대가 있었다고 보고 검사 3명 중 1명만 기소했어요. 세 검사에 대한 처분 내용을 가른 것은 각자가 접대받은 술값이 100만원을 넘느냐의 여부였어요. 먼저 자리를 뜬 2명에 대해 접객원 봉사료와 밴드 비용을 빼주는 고차 방정식을 동원했다고 하네요. 더군다나 술대접을 한 김봉현 전 회장까지, 그는 술도 안 마셨는데, 포함한 계산이었다네요. 1인당 접대 금액이 100만원을 넘어야 형사 처벌대상이 될수 있도록 한 김영란법의 규정을 따라 봉사료가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거예요.
아무리 국민을 무시해도 그렇지, 이런 개그 같은 기소 이유를 대다니요.
검찰이 왜 유독 검사 술접대 관련 수사는 늑장 수사를 했을까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되풀이한 것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죠. 그러니 검사 비위 문제를 이대로 검찰에 맡겨둬도 괜찮겠냐는 거죠. 한사코 공수처 출범을 막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야당은 유례 없이 검찰총장을 옹호하고 있어요. 이런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전직 검사가 밝히는 검찰 조직의 적나라한 실체예요.
검찰 조직의 부패가 이 책속에 넘쳐나고 있어요. 뉴스를 통해 접한 검사 비위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그동안 문제를 지적하는 검사들이 있었지만 불공정 인사를 당하고 도리어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네요. 그중 진혜원 검사는 영장 회수 사건으로 검찰 최초로 상급자에 대한 징계감찰을 요구했어요. 감찰부서에서 철회 요청이 들어와 고민했으나 임은정 검사가 그간 홀로 고독하게 싸워온 데 대한 미안함 때문에 철회하지 않았대요. 그 후로 미운털이 박혀 정기사무감사와 집중감찰로 혹독하게 시달렸다네요. 임은정 검사는 무죄 구형 후 서울중앙지검 3년 근무 원칙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지방으로 쫓겨나고 2년간이나 부부장 승진에서도 배제되는 검찰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대요.
그런데 임 검사의 무죄 구형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검사는 조직의 뜻을 따라야 한다"라고 말한 검사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윤 총장으로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장에서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라고 고백했대요. 이렇듯 조직을 사랑하는 검사만이 내부 조직을 장악하고, 외부를 향해서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에게 칼을 겨눌 수 있는 거겠죠. 참여연대가 발간한 백서에서 최악의 정치검사 중 일인으로 뽑힌 한 검사는 촛불혁명 이후 납작 엎드려 있다가 승진했대요. 그는 승진 발표가 나자 지난 암흑의 시기 동안 검찰을 내부에서 비판해온, 그러나 인사에서 밀려난 다른 검사를 비아냥거렸대요. 그리고 검찰에 있을 때 검사들을 성희롱하거나 스폰서들과 거나하게 놀던 이는 검찰을 떠난 후 검찰 측 논객이 되어 공수처 반대 논리를 설파하질 않나,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새로운 권력욕을 드러내질 않나...
팩트 체크
검찰의 조직문화는 검찰 스스로 바꿀 수 없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오랜 세월을 영위해왔던 그들의 조직문화는 잘못된 지시일지라도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구축되어,
내부 비판을 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순종하고 침묵하는 검사를 양산했다.
상사가 폭력적으로 군림하는 풍토에서 성추행, 성희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 조직문화가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 등 밥벌이를 보장해준다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니 검찰을 권력의 도구가 아닌 독립기구로 바꾸려는 개혁은 내부에 고착된 문화와 풍토로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된다.
...
2018년 1월 29일, 안태근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서지현 검사가 기자 회견에서
"안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폭로했다.
검찰 간부들은 자기 사람들의 비위는 감찰하지 않고 묻어버린다. 인사를 끌어주고 감찰 문제를 해결해주면 나중에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줄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들에게 동조하는 이들은 박해받는 동료들에게 더 잔인하다.
오엔 겐자부로의 소설에 그런 장면이 있다. 봉기를 일으킨 농부들이 지나가면서 영주를 딱 한 대씩 쥐어박는데 그걸로 영주가 죽는다. 많이도 아닌 딱 한 대다. (75-76p)
이 책을 읽는 내내 대한민국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서 어떠한 부패를 저질러 왔는지를 확인하게 됐어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데,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의 눈을 가리고 국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제멋대로 저울질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국민이 그들에게 진정한 정의를 가르쳐줘야 할 때가 아닐까요.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