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도들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해피엔딩이네. 해리가 말했다. 


정확히 193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마자 불안감이 밀려 왔어요.

과연 해피엔딩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자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야기 중반에 사건이 마무리될 리 없다는 걸 짐작할 테니.

납치된 아이를 드디어 찾았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요. 광신도 집단에서 이토록 순순히 아이를 내놓는다고?


세상에, 남자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고요. 주디가 말했다.

날 죽일 듯이 쳐다보던데. 데이비드 레오가 말했다.

촉촉한 눈으로 헤이지를 보더라. 주디가 말했다. (194p)


<광신도들>은 신과 종교, 그 믿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다른 것을 본다는 사실.

이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저는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이 소설은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사실과 진실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어요.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일흔 살의 은퇴한 대학교수 해리 필드, 그의 딸 주디 필드, 그녀의 전 남자친구 올리버 퀸, 닉 포스터, 주디의 현재 남자친구이자 교수 데이비드 레오, 해리 필드의 첫사랑 레나 파울러 암스트롱, 마지막으로 스스로 신이 된 남자 밀러.


대부분 자신이 본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아요. 엄밀히 따지면 '봤다'는 행위만 사실이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거죠.

주디는 소년의 눈에 맺힌 눈물을 연약함으로 바라봤다면, 데이비드는 자신을 죽일 듯 무섭게 노려보는 눈빛을 봤어요. 

소년의 이름은 닉이에요. 다소 지능이 떨어진 편이라서 사람들이 종종 무시하거나 속이는데, 닉 자신은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닉은 상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가 올리버를 알게 됐고, 올리버에게 조련되어 충직한 개처럼 그를 따랐어요.

주디는 해변가에서 올리버 퀸이라는 남자를 만나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고 헤이즐을 임신했어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올리버는 도망갔고, 딸애가 태어나는 날 병원에 잠깐 나타난 이후론 아예 소식이 끊겼어요. 

다행히 주디 곁에는 든든한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어서 워킹맘으로 잘 살고 있었어요. 갑자기 올리버가 나타나 헤이즐을 납치하기 전까지는.

그 날은 헤이즐의 외할아버지 해리 필드가 집에서 손녀를 돌보고 있었고, 올리버 퀸의 깜짝 등장이 탐탁지는 않았지만 애 아빠니까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한 시간만 놀아주겠다는 부탁을 들어줬던 거예요. 설마 애 아빠가 자기 딸을 유괴할 줄 몰랐던 거죠. 올리버 퀸은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제이크 루머에게 밀러 교회를 소개 받았고, 밀러가 신이며 사람들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올리버는 최근 주디가 데이비드 레오라는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가 흑인이라는 점에 분노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딸을 밀러에게, 즉 신에게 바치기 위해 납치했던 거예요.

올리버는 계획적으로 닉에게 접근해서 자신의 유괴를 돕게 만들었어요. 닉은 16개월 아기 헤이즐을 돌보느라 진땀을 빼면서 올리버의 차량으로 함께 밀러 교회의 공동체까지 동행했어요. 닉에게는 자신을 대신해서 생각하고 일을 시켜줄 사람이 필요했고, 올리버를 스승으로 여겼어요.


그 사이, 주디와 해리는 경찰에 신고했고 데이비드는 자신이 나서서 올리버를 쫓아 갔어요. 일종의 영웅심리?

주디의 아버지 해리는 과학사를 연구하는 대학교수였고, 과학의 오용 및 사기와 협잡 분야의 전문가였어요. 은퇴 후에는 사이비 가짜 종교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과 강연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자신의 외손녀를 납치한 올리버가 그런 광신도들 중 하나라는 게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겠어요.

처음에 언급했듯이 납치된 아기 헤이즐은 엄마 품으로 돌아와요. 혹시나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할 필요는 없어요. 진짜 위험에 처한 사람은 따로 있어요. 중요한 건 자신이 위험하다는 걸 모른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자기 기준으로 타인을 보기 때문에, 상식적인 사람은 상식 선에서 모든 걸 예측해요. 그러나 광신도들은 다르죠. 우리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만 광신도라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믿음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어요.  그들은 각자 자신이 보는 대로, 믿는 대로 행동할 뿐이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른 생각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하면서 점점 꼬여만 가네요. 과연 이 모든 건 신의 섭리인 걸까요. 

<광신도들>을 통해서 그 신을 만나볼 수 있어요. 세상을 구원하기는커녕 혼돈에 빠뜨리는 신, 스스로 신이 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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