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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정여랑 지음 / 위키드위키 / 2020년 11월
평점 :
뉴스에 모 방송인이 아들을 출산했다는 기사가 떴어요.
이슈가 된 부분은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에요.
또한 그 방송인이 외국인이라서 가능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어요.
현행법상 정자를 기증받은 비혼모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법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한국에서는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 인공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뜻밖의 뉴스로 인해 모 정당의 정책위원장이 비혼 임신의 합법화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법 또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결혼 갱신제'는 어떨까요.
<5년 후>는 정여랑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 속에서 한국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가 결혼 갱신제를 도입했어요.
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2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답안이 바로 결혼 제도의 수정을 바탕으로 한 사회구조의 변화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결혼 제도의 입법이 단숨에 이루어졌어요.
국가는 결혼 제도의 형태에 상관없이 임신, 출산, 육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적인 책임을 지며, 성별과 가족 구성에 관계없이 출생과 연계되는 모든 복지에 힘을 쏟기로 한 거예요. 혼인 신고 시 <종신제>와 <갱신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요. 이 새로운 제도는 시행에 앞서 일단 5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의 기혼자들에게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어 <종신제>와 <갱신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종신제>는 기존의 혼인 제도와 동일하고, <갱신제>는 혼인 신고 후 5년 단위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한 의사를 신고하는 방식이에요. 혼인 관계 유지를 원한다는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는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자동으로 해소되는 거예요.
과연 결혼 갱신제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매우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서 소설이 아니라 프로젝트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결혼 갱신제 도입 이후 사람들이 겪게 될 다양한 에피소드가 이 소설의 내용이에요.
이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기혼자들과 앞으로 결혼하게 될 미혼자들에게 결혼 갱신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때의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결혼 제도가 종신제라고 해도 매년 이혼률은 증가하고 있어요. 난임과 불임 가구는 증가하는데 버려지는 아기들 또한 늘어나는 추세예요.
법률적 혼인 관계에서 출생한 아기들만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엄마, 아빠 그리고 정상 자녀로 구성된 형태만이 정상가족인 거예요. 그 외의 가족 형태를 비정상으로 본다는 의미인 거죠. 이렇듯 정상과 비정상의 편가르기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낳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비혼모 출산을 한 방송인의 뉴스처럼 <5년 후>는 먼 미래 혹은 가상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읽고나니 더욱 뚜렷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면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좋은 세상이니까. 결혼 제도 하나 바뀌서 더 나아질 수 있다면 바꾸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