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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처얼썩 철썩~
밀려오는 파도처럼
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듯이.
사는 동안 저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갈 텐데, 그 파도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는 배은비님의 에세이예요.
제목을 읽으면서 짐작했어요. 이토록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구나.
역시나 저자는, 솔직해지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고 이야기해요. 어설프게 너를 위로한다고 생색내지 않고, 그냥 나를 위로한 것이 네게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위로는 말이 아닌 마음을 전하는 일이니까.
마음, 보이지도 않는 마음 때문에 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는 마음, 지나간 것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워하는 마음... 약해진 마음을 제때 다독여주면 될 걸, 그 마음이 싫어서 아닌 척 덮어버린 건 아닌지.
나는 혼나지 않으려 매번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이때부터였던 것도 같다. 혼자 끌어안고 말하지 않는 버릇이 든 게.
"너는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난 너한테 숨기는 거 하나 없이 다 말해주는데 넌 항상 듣기만 하잖아.
정작 너에 대한 얘기는 아무것도 안 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었다.
사실 나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거였는데. 언제나 말하고 싶은 쪽에 속했던 건 나였는데,
하고 싶은 말들은 왜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하는지 알고 싶다고, 할 수만 있다면 속을 발라당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 (54p)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는 걸 누가 알아주겠어요.
그러니 너는 솔직하지 못해, 라고 비난하는 건 아픈 상처를 또 한 번 찌르는 말이에요. 순수하게 자기 마음을 드러냈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면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요. 말하지 않으면 남들은 그 마음을 알 수 없으니, 말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오해가 쌓여서 더욱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겁 많은 거북이.
다행히 세상에는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마법이 있었으니, 그건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저자는 이십 대를 지나 서른을 넘기고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대요. 상처받은 것들만 기억하느라 수없이 받은 것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노라고. 마치 혼자서 다 이뤄낸 것 마냥 혼자서만 잘났다며 자기만 챙겼는데, 돌아보니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계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미운 마음을 내려놓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살아간다는 건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인 것 같다고, 네,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일.
어쩌면 이 책이 뭔가 놓쳤던 마음을 알아채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한테는 이 책이 위로보다는 공감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