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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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동네 책방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어요.

근래에는 전국 맛집처럼 유명한 동네 책방은 직접 찾아가야 하는 희귀 명소가 된 것 같아요.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제목과 동일한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어린 시절에는 책방 주인이 참 부러웠는데, 그래서 책방 주인을 잠시 꿈꿨던 적이 있어요. 스쳐간 낭만으로 끝났지만.

저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진기사, 새마을금고 직원, 댄스 강사,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은하수 식당 주인까지.


"놀고 있네. 인생이 재밌나? 니는 인생을 재미로 사나?"  (25p)


이직할 때마다 부모님이 특히 못마땅해하셨다고. 아마 당연한 반응일 거예요. 서른 넘은 아들이 한 번뿐인 인생을 재밌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겠다며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속 터질 일이지요. 그러나 스스로 척척 제 할 일을 해내는 아들이었으니 나름 믿음을 가지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자도 이십 대 후반까지는 안정된 직장과 서울 라이프를 꿈꿨다고 해요.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뭔가 틀에 갇힌 느낌이 있었나봐요. 그러다가 문득 경주의 아름다움과 경주만의 특색이 눈에 들어왔고, 앞으로 뭘 하든 경주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뚜렷해졌대요. 

멋지네요. 누가 뭐래도 인생은 재미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놀며 살아야 제맛인 거죠.

이 책은 동네 책방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경주의 매력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인 것 같아요. 변함없는, 변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어서어서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저자의 셸프 책방 인테리어의 핵심은 경주였대요. 책과 경주를 한 공간에 담고 싶어서, 오직 경주여야만 하는 책방이고 싶었대요.

어서어서에는 포스와 바코드 스캐너가 없대요. 서점 재고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에요.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구현하고자, 벽 한 켠에 걸린 괘종시계의 댕, 댕 하고 울리는 종소리에 삑- 하는 바코드 스캐너 소리를 넣고 싶지 않았대요. 책을 팔고 나면 공책에 일일이 적어두고, 재고 역시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대요. 또한 어서어서의 책갈피는 책 한권에 한 장을 손님에게 주는데, 책방에 놓아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대요. 책봉투는 어서어서의 마스코트래요. 읽는 약 책봉투는 약국에서 사용하는 약 봉투를 패러디한 아이디어로, 약을 먹어 몸을 낫게 하듯이 책을 읽고 나은 생각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거래요.

주인 혼자 운영하는 작은 책방이 경주의 명소가 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책방을 찾는 손님 중에는 <알뜰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찾았던 책방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에 나간 적은 없대요. 김영하 작가님이 경주 황리단길의 어떤 펍에서 피자와 맥주를 즐기는 장면이 방송에 나간 건데, 당연히 서점도 나왔을 거라고 넘겨짚은 거죠. 이런 얼떨결에 얻은 유명세 말고도 진짜 '어서어서' 책방이 좋아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꽤 많다고 해요. 

올해 2월 휴가 직전에 매출이 정점을 찍었을 때만 해도, '어서어서'를 이어주는 두 번째 공간으로 '이어서'를 기획 중이었대요.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주를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고, 황리단길에서 처음 맞는 낯선 고요를 견디면서 많은 생각을 했대요. 세상은, 전문가들은 우리 모두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데, 저자는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자로서 책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했대요.

황리단길이 멈춘 것이 한 달 정도이고, 어서어서에 다시 손님이 북적인 것이 거의 만 두 달이 지난 다음이었는데, 그때 감정이 북받치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겼대요.

지금부터는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두 번째 책방을 만들어야겠다고, 그것이 중고책 판매 및 대여 전문 서점 '이어서'의 초안이었대요. 그동안 어서어서를 운영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경주 사람들에 대한 빚이 있었대요. 오래된 경주를 그 모습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는데, 어쩐지 경주 사람들이 아닌 여행객을 위한 서점이 되어버렸다고. 그래서 '이어서'는 경주 사람들이 집에 있는 책을 처분하고, 중고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래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아요.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책을 읽고나니 경주와 어서어서의 매력이 다르게 보였어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라는... 경주는 그대로인데, 달라진 나였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자기 내면에서 변하지 않는 뭔가를 끄집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하면 할수록 끌리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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