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
이기행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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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날 때의 마음이 즐거우면 여행이고, 괴롭다면 고행이 아닐까요.

물론 떠나기 전이 가장 즐겁고, 막상 떠나면 힘든 것이 여행인지라,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걸 매번 깨닫는 수업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각자의 마음이 답해줄 것 같네요.

여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의 저자는 군 제대 후 불교 군종병 동기 율과 함께 무작정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을 했고, 그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부제가 '신을 향한 여행자의 29가지 은밀한 시선'이라서, 너무 진지한 종교 서적인가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신은 어디에 계실까?'라는 생각만으로 훌쩍 떠난 여행이었더군요.

사실 저자가 성지순례를 가게 된 건 의도치 않은 약속 때문이었대요. 서로 다른 부대에 소속된 불교 군종병들이 일요일만 되면 절에서 여러 허드렛일을 돕다가, 치 법사님의 제대를 축하해주는 자리를 가졌대요. 치 법사님이 제대 후 인도 델리대학원으로 유학 간다는 소식에 몇몇 대대 군종병이 법사님이 인도에 계실 때 그곳에 성지순례를 하러 가겠노라 서원했던 거예요. 당시 그 약속은 분위기에 취해 한 것이라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해요. 그뒤 다들 제대했고, 저자 역시 복학하여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 문득 율에게서 연락이 왔대요. 이번 겨울에 약속했던 성지순례를 가자고 말이죠. 율은 저자에겐 껄끄러운 군대 고참이자 근 일 년 넘게 연락도 없었던 서먹한 사이였대요. 더군다나 그때는 절에 다니지 않았던 터라 율의 연락이 당황스러웠다고 해요. 율과 인도 여행을 하다니 정말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대요.

신기하죠? 설마 이 사람과 여행할 일은 없겠지, 싶은 사람과 여행을 하게 된 거예요.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니라 성지순례를 말이에요.

더욱 놀라운 건 뭄바이 사하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이에요. 어처구니없게도 두 사람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걸 도착해서야 알게 됐대요. 인도 어느 도시에 어느 유적지를 봐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그 도시에서 어느 호텔에 머물고 어떤 교통편으로 가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준비를 안했던 거예요. 오죽 답답했으면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여행서 한 권을 주더래요. 그리고 그날밤 묵을 수 있는 호스텔 위치를 알려주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힌디어 인사를 하더래요. 얼떨결에 율이 나무아미타불을 읊으며 합장인사를 했더니 그녀가 웃으며 알려줬대요.


"나마스떼는 힌디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예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할 때 그 '나무'와 같아요.

바로 당신께 귀의한다는 뜻이죠."   

"어쩌면 '피르 밀렝게'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무슨 뜻이에요?"

"씨유 어게인!"  (23p)


이럴 수가, 두 사람은 인도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안쓰럽고 딱한 여행자 신세가 된 거예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어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성지순례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불교 사원뿐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시크교, 기독교, 배화교, 비하르교까지 다양한 종교 사원과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새삼 인도라는 나라가 '신들의 나라'였다는 걸 깨닫게 해주네요. 그리고 그 신을 만나기 위한 여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네요. 

여행자에게 배낭은 무게만큼 짐일 것이요, 동행 또한 다른 의미의 짐이라는 것. 같이 거닐며 기쁨을 만들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다투기도 하지요.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도 나중에는 헤어져서 각자 혼자만의 여행을 하게 돼요.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굳이 화내며 싸울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떠날 테니까. 문득 우리 인생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산다면 스쳐가듯, 감정에 얽매여 괴로운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자가 정말 오랫동안 헤매며 찾았던 부처님의 탄생지라는 룸비니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풍경이에요. 너무나 조용하고 황량한 폐허.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차량도 없고 제대로 된 건물도 없더래요. 허허벌판에서 당장 밤에 묵을 곳이 없어 난감한 저자에게 마침 지나가는 티베트 스님이 숙소를 제공해주었대요. 

책을 덮으면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당신은 만났나요"라는 질문으로 느껴졌어요. 어쩌면 우리는 신을 찾아 그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미 당신을 만났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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