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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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에 한 번 태어난 생명이라면 육도*를 

윤회전생함이 순리.

 *육도(六道) :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이 윤회전생하는 여섯 세계다.

생애의 업적과 성과에 따라 돌고 도는 윤회의 고통은

깨달음을 얻어

극락으로 왕생하는 순간에 비로소 끝이 난다."   (18p)


<극락왕생>을 책으로 만나다니, 이 또한 우연은 아닐 터.

웹툰은 본 적 없고 책을 통해 처음 본 소감은 "신기하다"였어요.

한국적 정서를 듬뿍 담아낸 내용인지라 전혀 낯설 건 없는데, 뭔가 색달랐어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만화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보다가 뭔가가 쿵! 묵직하게 들어온 느낌이랄까.


도명 존자는 지장보살님을 보필하는 지옥의 호법신이에요.

악귀를 잡아다 지옥에 보내는 일을 해요.

근래 비오는 날 합정역에 귀신이 출몰하는데 어쩌다 인간이랑 눈이 마주치면 노래 한 곡을 시킨다는 거예요.

그것도 선곡이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라고, 그 노래를 듣고는 당산역에서 사라지는 게 다라는 것.

사실 악귀라고 하기엔 애매한, 그냥 이상한 '당산역 귀신'을 도명 존자가 모질게 악귀 취급을 하며 지옥에 보내려고 하자,

장발의 곱슬머리를 뽐내는 무독귀왕이 나타나 말렸어요. 지옥도에서 악귀로 등록 안 된 귀신을 인간도에서 건드리면 큰일난다고.

그러나 독불장군 도명은 지장보살님 몰래 귀신을 잡으려 하지요.

바로 그때 짜자 잔~  관음보살님이 딱 나타나서 말씀하시네요.

당산역 귀신의 전생은 박자언이라는 인간이었고, 올해 여름 스물여섯의 나이로 죽었다고... 비 오는 날 죽은 것도 지하철에서 죽은 것도 아니라고.

그러면 박자언은 왜 당산역 귀신이 되었을까요? 도명은 죽음을 직시하지 못하는 자가 죽음을 피하려고 귀신이 된다고 믿고 있지만, 관음보살님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나 관음은 지장과 함께 극락의 무량수 아미타 여래의 이름을 빌려

당신에게 특별한 임무를 하나 내리겠습니다.

우리는 여기 당산역 귀신. 아니 박자언에게 한 해의 시간을 다시 주려 합니다.

스물여섯 해의 인생 중에서도, 박자언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다시 살게 해주겠습니다.

도명 당신은 그 한 해 동안 박자언의 곁에 머물고 

박자언의 보리심이 피어나도록 도우면서 -

한 해가 끝나는 날 박자언을 극락왕생시키십시오."  (43-44p)


그리하여 박자언이 돌아간 시간은 2011년의 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날, 해운대 달맞이길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보던 그 순간으로... 스무 살에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대요.

이 한 해는 박자언이 부산에서 보낸 마지막 해였어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오자 박자언은 알 거 같다고, 자신이 왜 당산역 귀신이 됐는지 알 것 같다고 했어요.

우와, 전철역을 떠돌던 귀신에게 다시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일 년의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도대체 왜 관음보살님은 박자언이라는 인간에게 자비를 베푼 걸까요. 

무엇보다도 왜 그 시기가 팍팍한 고3 때일까요.


1권에서는 웹 연재분 1~4화를 수록했다고 하네요. 

모든 궁금증을 풀기에는 갈 길이 멀 것 같지만, 읽다보니 빠져드네요. 다시 인간의 삶을 얻은 박자언은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 박자언 곁을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도명의 존재 또한 흥미롭네요. 툴툴대면서도 점점 변화해가는 모습이 귀여워요.

어느새 박자언이 극락왕생에 이르는 길,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2권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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