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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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 것 같아요.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니.

더군다나 그린란드, 녹색의 땅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얼음의 나라에서 들려줄 이야기가 살인 사건이라니.

<카낙 QAANAQ>을 읽으면서 새삼 그린란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주인공 카낙 아드리엔슨 형사는 코펜하겐경찰청 소속이에요. 그린란드는 덴마크 속령이며, 수도는 누크예요. 카낙은 그린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기도 해요.

아드리엔슨 가문에 입양된 카낙은 지금 사십이 년만에 선조의 땅을 다시 밟게 되었어요. 누크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누크 폴리티가든 수사팀에 파견된 거예요. 도착하자마자 그린란드 경찰서장 리케 에넬뿐 아니라 모두에게 미운털 박힌 존재가 된 카낙. 대놓고 카낙이 알아들을 수 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지만 개의치 않아요. 2009년 그린란드 자치법이 확대되면서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는 사법기관과 경찰의 행정 언어는 덴마크어가 여전히 통용됐지만 정식으론 칼라히수트, 즉 그린란드어가 국가 공용어가 되었대요. 평생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타인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그가 그린란드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 너무나 아이러니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 대해 배타적인 짐승이다."   (31p)


세 명의 피해자는 중국인 용접공, 캐나다인 작업반장, 아이슬란드인 요리사예요.

이들은 모두 후두 윗부분이 잘려나갔고, 그 다음은 복부가 파헤쳐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어요. 에넬 서장은 범인의 살해 방식이 북극곰의 공격 패턴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지만 범인이 북극곰이라면 숙소의 잠금장치는 어떻게 풀었을까요. 그밖에 의문점들이 범인이 북극곰일 거라는 리케의 가설을 무너뜨리지만 더 이상한 건 아무도 리케 서장에게 반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뭐지, 이 수상한 분위기는...


카낙의 코펜하겐 동료들은 대부분 체계적이지만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수사 방식을 고집했어요. 물질적인 증거를 하나둘씩 수집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 반면 그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소수의 동료들은 오로지 자신의 직감만을 믿었어요. 카낙은 자신이 두 성향의 중간쯤에 속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사 초반에 직감이 샘솟으면, 그것이 자유롭게 머릿속을 떠돌게 내버려두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냉혹한 취조를 통해 사실과 자료, 숫자의 칼날로 첫인상을 과감히 베어내는 거예요. 카낙의 내면에는 두 성향의 형사가 공존하고 있고,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역시나 카낙의 수사력은 탁월했어요.

끝까지 읽고나서야 밝혀진 사건의 전말.

처음부터 확실한 건 모든 게 아이러니, 라는 느낌이었는데,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니 소름끼쳤어요. 아이러니 그 자체라서.

카낙의 직감처럼 결국 모든 사건의 퍼즐이 완성되었지만 일부는 어둠 속에 남겨줘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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