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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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가라고, 여행가가 아니고?"

이 책은 프리랜서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소설가 하라다 마하의 어슬렁여행 이야기예요.

단순한 연상법이지만 제 머릿속에 방랑가는 김삿갓뿐이라서, 왜 '방랑가'라는 호칭이 붙었는지가 궁금했어요. 

그 궁금증은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대답할 테다.

여행이라고.

여행이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동'이 좋다. 이동하고 있는 나는 뭐랄까, 아주 온화해진다.

머리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기분 좋은 바람이 드나든다."  (9p)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저자는 일본 방방곡곡을 떠돌며 어슬렁여행(정식명칭은 어슬렁식도락여행)을 즐겨왔다고 해요. 그래서 '마하의 행방불명 = 어슬렁여행 중'이라는 도식이 성립할 정도라고 하네요. 저자의 '어슬렁여행'은 마흔이 되던 해에 돌연 시작되었대요. 오랫동안 미술 관련 일을 해왔는데, 마흔 되기 직전에 '인생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거듭하다가, 깔끔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대요. 그뒤로 살짝 후회의 시간을 보내다가 대학 친구 오하치야 지린이 도쿄로 놀러온다는 메일을 보냈고, 함께 도쿄관광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대요. 일부러 맞춘 게 아닌데 마침 마하의 마흔 살 생일을 파크하얏트 도쿄의 최상층에 있는 '뉴욕 그릴'에서 맞이했다네요. 그때 두 사람이 앉게 된 자리가 프러포즈를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일명 프러포즈 좌석이었다고. 도쿄 도심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굉장한 전망을 갖춘 자리였으니, 실제로 그 장소에서 생일축하 점심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대요. 친구는 생일 선물이라며 꽤나 비싼 점심값을 계산하며, "이렇게 가끔은 둘이서 나오는 것도 좋네."라고 말했대요. 그 이후로 둘이 사계절마다, 일본 전국으로 떠나게 된 거예요. 어슬렁어슬렁~ 유유히 어슬렁거리는 여행 속에서 보는 풍경, 만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글을 쓰게 했고, 어쩌다보니 작가가 되어버린 거죠.

왠지 어슬렁여행 자체가 삶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인 것 같아서 멋져 보였어요. 무엇보다도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여행이라면 대환영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마하의 프랑스 여행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밤의 루브르를 비롯해서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는 즐거움은 살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여행이에요. 또한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고흐 순례여행은 완전 매력적인 것 같아요. 

마하의 방랑여행기를 읽고나니 어슬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쏙 들어오네요. 아둥바둥의 반대말 같아서.

바람 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우리 인생도 어슬렁여행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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