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단순하지만 말문이 턱 막히는 질문이 있어요.

왜 사느냐고.

시인처럼 그저 웃지요, 라고 넘길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훅 들어온 어퍼컷 같았어요.


<스노우 엔젤>은 가와이 간지의 소설이에요. 

일단 다 읽고나서 '이거, 실화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쿄 올림픽, 도쿄만 매립지,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등을 검색해봤어요.

저자는 당연히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봐요. 마지막 장에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만일 동일한 명칭이 나온다 해도 실존하는 인물, 단체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적어 놓았어요. 알죠, 설마 이런 충격적인 내용이 실화일 리는 없겠죠. 그런데도 뭔가 픽션으로 넘기기엔 묵직하게 걸리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맨처음 했던 질문과 관련이 있어요. 


"당신, 왜 사나?"

진자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왜 사는가......  지난 9년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내 진자이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의문이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죽게 만들고, 그 범인의 그림자도 잡지 못한 채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수사라는 미명 아래 마약 판매상이 되어 일반 시민들에게 위법 약물을 팔고 있다.  (312-313p)


<스노우 엔젤>의 주인공 진자이 아키라는 9년 동안 변호사 부부와 쇼코를 살해한 진범을 잡기 위해 살아왔어요.

9년 전, 진자이 아키라와 히와라 쇼코는 경시청 다카이도서 소속 형사였어요. 현재 마흔네 살인 진자이는 당시 서른다섯, 쇼코는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변호사 부부의 사망은 사고사로 결론이 났지만 진자이만은 현장 상황이 사고가 아닌 '사건'임을 의심했고, 파트너인 히와라 쇼코가 함께 종결된 사건을 계속 추적했어요. 그러다가 놈들의 함정에 걸려서 저격당했고 히와라 쇼코가 사망했어요. 진자이는 저격한 다섯 놈을 전부 쏴 죽이고, 모든 사실을 상사 기자키 헤이스케에게 보고한 후 그대로 도망쳤어요. 히와라 쇼코를 죽인 남자들이 입에 올린 고용주 이름은 "마슈"였어요. 


... 그래, 네 짐작이 맞아. 그 변호사 부부는 우리가 죽였다. 마슈가 시켜서......

...... 마슈를 찾아봤자 헛일이거든? 이 세상에 없는 놈이니까......  (40p)


진자이가 자취를 감춘 지 7년이 경과했을 때, 진자이의 부모와 경찰은 의논 끝에 진자이에 대한 실종선고를 내렸어요. 진자이는 법률상 사망자로 등록되었어요. '죽은 사람'이 되어 도망자 생활을 하던 진자이에게 상사였던 기자키가 찾아왔고, 미즈키 쇼코와의 만남을 주선했어요. 그녀는 후생노동성 지방 후생국 소속의 마약 단속관(마토리)으로 진자이에게 신종 합성 약물과 관련한 사건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어요.  신종 합성 약물은 하얀 알갱이로 천사가 날개를 펼친 모습 같은 도안이라서, '스노우 엔젤'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미즈키 쇼코가 진자이를 선택한 건 현재 마토리나 경찰이 부리고 있는 협력자가 아닌, 전혀 새로운 협력자를 필요로 한다는 걸 의미해요.

스노우 엔젤을 유통시키려 드는 인물은 이미 파악했고, 그 인물에게 접근하여 체포 영장을 청구할 만한 증거를 잡아내는 것이 진자이의 임무라고 했어요.

과연 진자이는 비밀 작전의 임무를 성공했을까요.


얼마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의 텔레그램 마약왕에 관한 방송을 봤어요. 텔레그램을 통해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온라인 마약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고.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인 줄 알았는데, 너무나 충격이었어요. 어마어마한 마약을 직접 재배하고 제조할뿐 아니라 유통시켰던 거예요. 더욱 심각한 건 온라인 마약상들이 무료 마약 나눔 이벤트로 호객 행위를 하고, 호기심 많은 10대 청소년들에게 마약 던지기 아르바이트를 제안하여 범죄의 길로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문득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라는......


진자이가 임무 때문에 접촉하게 된 마약 판매상(푸셔) 이사 도모히코는 묘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아마도 이 부분을 읽고나면 곰곰히 생각하게 될 거예요. 자세한 내용은 책으로 확인하길.


"마약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아세요?"

"응?"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요."

이 세상에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진자이는 얼떨결에 이사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은, 

범죄를 없앨 방벙을 알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아직 이사는 그리 취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넌 아는 거야?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이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진자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더니 무성음으로 나직이 속삭였다.   

"종교예요."     

"종교?"

뜻밖의 말에 진자이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예, 종교. 특히 기독교예요." 

       (193-194p) 


결말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어퍼컷!

진자이 아키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스노우 엔젤>은 가와이 간지의 전작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전일담이라고 해요. 

다음은 책 날개에 적혀 있는 <데블 인 헤븐> 책 소개예요.

"이스트헤븐은 진짜 천국이야.

우리 늙은이들의 천국"

도쿄올림픽과 함께 카지노 영업을 시작한 이스트헤븐,

수수께끼의 자경 조직, 푸른 눈의 천재 도박사의 진실......

'마슈'를 찾아 진자이 아키라가 간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스노우 엔젤>의 후속작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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