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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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설렜어요.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닌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쿵!

어쩌다 본 드라마... 이그, 주책이다 정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미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말이에요.

그는 자신의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했어요.

클라라는 브람스보다 14세 연상이었고, 당대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였어요.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는 슈만이 죽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슈만이 죽고 난 후, 둘의 관계는 더 발전되지 않았어요. 

클라라의 가슴 속엔 여전히 슈만이 살아 있었고, 브람스 또한 스승 슈만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유능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는 연주여행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슈만의 작품들뿐 아니라 브람스의 곡들을 널리 알렸어요.

둘의 마지막 만남은, 63세의 브람스가 불쑥 찾아가 77세의 클라라에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던 때라고.

클라라는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 op.118을 들려주었고, 브람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대요. 

연주가 끝나고 브람스가 클라라의 가늘고 주름진 손을 잡아주자 클라라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대요.

이듬해 봄, 클라라가 세상을 떠났고, 1년 뒤 브람스도 죽음을 맞았다고.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생활은 16년, 브람스와 클라라의 관계는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40여 년.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여기까지는 드라마 때문에 찾아본 클래식 예술가들의 러브스토리였어요.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 이라고 불렸던 프랑수아즈 사강이 스물네 살에 쓴 소설.

1959년에 발표된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소개할게요.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는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폴과 달리, 마음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면서 동시에 젊고 아름다운 다른 여자와의 하룻밤을 즐겼어요.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녀에게 더욱 깊은 고독만을 안겨줬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을 의뢰한 미국인 반 덴 베시 부인의 집을 방문한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을 만났어요.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수줍지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꼈어요.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소개글 발췌.


시몽이 폴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요.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56p)

폴은 미소를 지었어요. 두 번째 구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어요.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시몽이 사과의 편지를 보내게 된 '어제의 일'은,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상황이 될 수 있어요. 로맨스냐, 공포물이냐.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두 남자, 두 가지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 묘사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다들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한다고 믿고 싶은 걸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이토록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다니!

솔직히 그냥 소설을 읽었다면 그 느낌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미리 고백했던 거예요. 드라마에 푹 빠졌다고.

드라마 때문에 클래식을 찾아 듣게 되었고, 동일 제목의 소설까지 읽게 되었노라고.

현실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로맨스에 잠시 취했노라고.

그리하여 오늘도 내 심장은 벌렁벌렁 설레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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