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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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당신은 멍청이인가요?

워~워~ 화내지 마세요. 멍청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맞느냐고 확인하는 거예요.

안타깝게도 바로 화를 냈다면, 훨씬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지금 질문을 던진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은 동일 인물이에요.

누구냐고요? 바로 나!


<심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자 두 번째 희곡 작품이에요.

원제는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네요. 프랑스에서 2015년 출간되어, 2017년, 2018년, 2019년 세 차례 무대에 올려졌다는군요.

줄거리는 단순해요. 주인공 아나톨 피숑은 폐암 환자로 수술을 받다가 사망했으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있어요. 천국 어디쯤에서 깨어난 걸 성공적인 수술 결과로 착각하고 있어요. 천국에서 만난 변호사 카롤린, 검사 베르트랑, 판사 가브리엘을 통해 아나톨은 지난 생에 대한 심판을 받는 거예요.

아마 이 희곡을 읽는 우리나라 사람은 영화 <신과 함께>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까요. 죽음 이후 세계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설정이 전혀 낯설지 않아요.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비록 상상일뿐이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영화 <신과 함께>가 진지한 버전이라면, 희곡 <심판>은 다소 유머가 섞인 유쾌한 버전이네요.


아나톨 피숑은 매우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 세상에 성공적인 죽음이란 게 있을까요? - 천국에서 심판을 받으면서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와, 미리 알았다면 더 잘 살았을 텐데, 라고 후회하는 건 미련한 짓이죠. 암요,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살아 있는 거 맞죠?  살아 있을 때 잘 살자는 얘기예요. 이토록 구구절절 알려주는데도 못 알아 듣는다면... 에헴... 에헴

천국의 검사 베르트랑이 자주 하는 말이 '멍청이'예요. 대놓고 아나톨을 멍청이 취급해요. 멍청이들을 경멸한다는 베르트랑의 냉소적인 말과 태도가 거슬리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다만 베르트랑은 본인이 멍청이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베르트랑   진실을 들려주면 못 견디는 거, 이게 바로 멍청이들의 근본 특성이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면 오죽하겠어.

진실을 알려 주면 알려 준 사람을 원망하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절대 잊지 않아. 그래서 멍청이들과 얘기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카롤린   에헴...... 에헴......


베르트랑    칭찬. 멍청이들은 칭찬이라면 죽고 못 살아.  이게 그들의 두 번째 특성이지. 칭찬을 듣는 순간 상대를 좋아하게 돼.


카롤린    피숑은 멍청이가 아니야.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야.


베르트랑    멋지다고 얘기해 주면 틀림없이 금세 날 좋아하게 될 걸.     (40p)


인간이 사는 세계는 불공평해요.  거의 유일하게 평등한 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일 것 같네요. 

당신이라면, 주인공 아나톨 피숑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미리 맛보는 천국의 맛?

천국에서 베르트랑을 만난다면 그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선택을 하고 있을 거예요. 마치 시나리오 작가처럼.

앞으로도 계속 될 이야기일 것 같네요. 나를 비롯한 수많은 멍청이들을 위하여~

천국의 인사법대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다시 만나요.>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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