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큐브의 모험 - 천재들의 장난감 ‘루빅큐브’의 기상천외 연대기
루비크 에르뇌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중에서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게 있나요?
지금도 제 책상 한 켠에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녀석이 있어요.
바로 큐브.
함께 해온 세월이 꽤 되지만 여전히 도도하게 구는 큐브 앞에 쩔쩔 매는 신세네요.
좀더 노력했어야지... 네, 맞아요. 큐브는 직접 돌려야 맛인데, 지금은 피규어마냥 자리를 지키고만 있으니.
음, 못하는 사람이 장비부터 챙기듯이 저 역시 큐브를 잘 못하면서 여러 개를 구비하고 있어요.
큐브는 절대 질리지 않는 친구라서 단순히 장난감 취급을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널 좋아하는 건 아직 널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큐브의 모험>이라는 책을 본 순간, 바로 반응했어요. 읽어야 할 책이구나.
와우, 이 책의 저자는 큐브의 아버지, 루비크 에르뇌예요.
큐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끌리게 될 책.
재미있는 건 저자가 슬그머니 '큐브'에게 책 소개를 시켰다는 거예요.
"내 공식적인 이름은 '루빅큐브 Rubik's Cube'입니다.
나에게는 '큐브 루빅'이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아무도 내 생각 따위는 묻지 않더군요.
... 친구들은 나를 그냥 '큐브'라고 불러요. 당신도 나를 그렇게 불러도 좋아요.
그동안 나는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으니 우리는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수십 년 동안 나를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나 역시 감동을 받았습니다.
... 지금 당신은 1974년에 나를 만든 '루비크 에르뇌'가 쓴 책을 읽고 있습니다.
... 나는 루비크가 이야기하는 것을 돕고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진짜 목격자이니까요!
아니, 사실은 루비크가 글쓰기를 싫어해요.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 않고요. 그래서 내가 도와줘야 합니다.
... 나는 오래전 한 헝가리 청년을 만났고, (이제는 우리 둘 다 젊지 않지만) 그때부터 우리는 팀이 됐습니다.
내 인생은 팀워크, 그 자체였어요. 누구든 나를 집어든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한 팀입니다.
... 자, 그럼 지금부터 놀아볼까요?" - 큐브 씀 (5-7p)
그동안 큐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든간에 이 책보다 더 자세히 알려줄 수는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큐브를 탄생시킨 루비크 에르뇌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큐브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우리가 더 잘 아는 거지만, 암튼 큐브와 관련된 궁금증들이 있었다면 <큐브의 모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혹시나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왜냐하면 호기심과 질문이 큐브의 시작이거든요.
루비크 에르뇌는 서른 번째 생일이 다가오는 1974년 봄,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해요. 작은 정사각형 8개가 하나로 결합돼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씩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그때만 해도 굳게 결합돼 있는 상태에서 8개 조각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실제로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대요. 직접 첫 번째 큐브인 목재 모형의 큐브를 완성했고, 제대로 작동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모형을 구성한 조각은 26개밖에 안 됐고, (3x3x3 구조라면 총 27개여야 하는데!) 처음에는 구조적 측면에서 중심 조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했대요. 나중에서야 중심 조각이 모든 정육면체 조각을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대요. 멋지죠? 중심 조각이 각각의 조각들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하나로 묶어주잖아요.
어쩐지 루비크 에르뇌가 들려주는 큐브 탄생과 인생 이야기가 멋지더라고요. 그는 삶의 중심을 잡고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세속적인 성공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큐브, 그 큐브의 아버지다운 철학에 감동했어요.
"나는 모순이 주는 매력에 빠져 있기 때문에 큐브가 성공과 실패 둘 다를 고스란히 담은,
일종의 '성패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즐긴다.
물론 하나의 제품으로서 큐브는 대단히 성공이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성공의 척도와는 거리를 두고 싶다.
... 나는 창조하는 작업 그 자체도 하나의 성공으로 간주한다.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각 단계가 작은 환희와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154-15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