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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ㅣ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가족이라고 해서 다 마음이 통하는 건 아니랍니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김봄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손 여사와 김 작가의 리얼 다큐가 펼쳐져요.
당연히 손 여사는 저자의 어머니예요. 손 여사는 다섯 자녀들의 자식들, 그러니까 손자들을 단 한 번도 봐준 적이 없는 분인데, 유일하게 저자의 고양이들은 가끔 맡아줘요.
어쩔 수 없이 해외 출장을 가야 할 때마다 손 여사에게 부탁해 왔는데, 매번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긴 해도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사실.
"엄마! 다 가짜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목소리가 커지자, 손 여사는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들었다 말았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더 지를 수는 없었다.
"십만 원 먼저 줄게."
인도에 다녀올 때는 삼십만 원을 줬었다.
"어머, 얘 봐. 그걸로 안 돼!" (24p)
있는 그대로, 옆 집의 현장중계를 하듯 생생한 장면에서 웃음이 빵 터졌어요.
가족끼리 벌어지는 갈등 상황이 낯설지 않은 건, 어느 집이든 비슷한 일들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서로 싸운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어요. 아웅다웅 싸워서 상대를 바꾸려고 할수록 미움만 쌓일 뿐.
그런 의미에서 손 여사와 김 작가의 관계는 비교적 쿨한 모녀 사이인 것 같아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서로를 챙기고 있어요.
어긋나면 어긋난 대로, 이어지면 이어진 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산다.
따로 또 같이. (168p)
이 책을 읽으면서 다들 느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오해와 편견은 한쪽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아요. 눈은 두 개인데, 이쪽저쪽 두루 살펴보면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뿐인 입으로는 좋은 말만 하면 좋겠어요. 근래 너무 함부로 떠드는 사람들, 모두 조심합시다.
제발 좌파와 우파, 니편 내편 가르지 말고 그냥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서 다같이 잘 살자고요.
손 여사도 결국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 딸로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한 사람이었어요. 사람으로 바라보면 따뜻한 마음,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어요. 생각은 달라도, 마음은 같을 수 있어요. 사랑하면,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잖아요.
만약 사랑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답이 없네요. 완전 끝.
그래도 사랑하니까 서로 부탁하면서 돕고 살 수 있잖아요. 기왕이면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