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고 있네 스토리인 시리즈 5
황서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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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리얼 실화!

소설인 줄 알고 읽으면 다 그러려니, 놀라울 게 없는데.

'실화'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요. 이야기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해야 하나.

현실의 무게감이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왔다는 점에서 Respect !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방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Respect !

앗, 중요한 걸 빼먹었네요. 

'실화'라는 요소가 마법을 발휘하는 건 원래 이야기가 좋아야 가능하다는 것.

시시한 이야기는 실화라도 아무 소용 없어요. 신데렐라가 재투성이 소녀였어도 본연의 아름다움이 존재했기 때문에 마법이 통했던 게 아닐까요.


<시나리오 쓰고 있네>는 황서미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책 제목이 여러 의미를 내포해서, 얼핏 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하긴 어려워요. 일단 시나리오에 관한 책은 아니라는 것.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같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에 이보다 더 파란만장한 인생이 있을까, 물론 있겠죠. 그러나 이런 느낌의 인생 이야기는 드물 거예요.

어떤 느낌?

슬픈데 웃게 되는, 속상한데 웃게 되는, 절망적인데 웃게 되는... 웃다 보니 웃어넘길 수 있는 비극.

오직 당사자만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이야기.

인생의 팩트만 놓고 보면 절대 웃음이 나올 수 없는데, 본인 피셜이라서 침울했던 분위기가 반전이 되었어요.


"인생의 현재 스코어에서, 나는 남편이 다섯 명이다. 

다섯 번째 남편이랑 지금 8년째 살고 있다.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알알이 영롱했던 다섯 번의 결혼에는 슬프고 비극적인 일을 제칠 만큼 

웃기고 즐거운 일도 많았다. 내가 결혼 이야기를 먼저 넉살 좋게 꺼낸 것은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서였다. 좀 웃으시라고, 편안하게 웃어보시라고 말이다." (14-15p)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어설픈 위로는 필요 없어요. 

제대로 도와주던가, 아니면 웃겨주던가.


작가 황서미,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독자들을 웃게 만든 작가님이 고맙네요.


하필이면 이 책이 비오는 날 배송되는 바람에 책 모서리가 살짝 젖어서 얼룩이 생겼어요. 

처음엔 그 얼룩이 신경쓰이고 속상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그마저도 '황서미 에세이'를 위한 연출처럼 느껴졌어요. 

눈물에 흠뻑 젖을 뻔한 인생 이야기가 겨우 모서리 한 귀퉁이만 젖었으니.

나머지 온전한 부분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어요.


인생에 꽃길만 걸으라는 말은

이미 가시밭 길이 더 많을 거라는 걸 아니까, 부디 힘내라는 응원의 말일 터.

어차피 걸어가야 할 인생 길을 선택할 수 없는 우리는, 그냥 웃는 걸 선택하면 어떨런지.

도저히 그냥 웃기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 '황서미 에세이'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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