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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이다안 지음 / 파람북 / 2020년 8월
평점 :
종종 실수하는 게 있어요.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다가가 "괜찮니?"라고 묻는 것.
누구를 위한 질문인 건지... 기어코 괜찮다는 대답이 듣고 싶은 거라면 상대를 잘못 고른 거죠.
태풍이 몰려와 연일 쏟아지는 비처럼 인생도 그런 날이 있어요.
언젠가는 그칠 거라는 걸 알지만 이미 흠뻑 젖어버렸다면... 어떡하죠?
<죽을 각오로 살아보라는 너에게>는 이다안님의 에세이예요.
만성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충동과 수시로 싸우며 오늘도 버티고 있다는 저자의 고백.
어쭙잖은 위로가 아닌 '나 역시 그러하다'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기 위해 이 글들을 썼다고 해요.
이 책은 괜찮지 않은 한 사람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요.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여전히 괜찮지 않아요.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마음속으로 빌었어요. 이제는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해질 때까지 살기를, 살아내기를 바란다고.
솔직히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을 만큼 힘든 삶의 기록이라서.
직접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함부로 아는 척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 같아서.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나 사랑인 줄 알았던 그 남자와의 이별 그리고 동반자살 미수까지.
마치 세상의 불행이 전부 저자에게만 일어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라서.
그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어요.
특히 처음으로 심리상담소를 찾았던 이야기는 좀 충격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거금 10만 원을 지불하고 상담소를 찾아간 것인데, 상담사는 노트북 화면만 쳐다보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입력하다가 이렇게 말하더래요.
"지금 다안 씨 얘기는 너무 중구난방이에요. 요약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세요."
날카로운 상담사의 말투에 기가 죽어서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하자, 상담사가 한숨을 쉬더니 또 말을 자르면서 얘기하더래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으신 것 같은데, 저희는 1회 상담 비용이 매우 비싸요. 그걸 다안 씨가 감당할 수 없으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78p)
그때 비참한 기분으로 생각했다고. - 내 병은 영원히 고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안타깝고 속상해요. 하필이면 그런 상담사를 만나서, 도움을 받기는커녕 되레 상처만 받았네요.
불행한 유년 시절을 거쳐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마음의 병이 들었는데, 그 병을 고치려면 돈이 필요한 현실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빈곤의 악순환인 것을... 이건 저자 개인만의 불행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닐까요.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