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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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보물섬>은 1950년대 일본 오키나와 섬에 살았던 온짱에 관한 이야기예요.

온짱은 오키나와 섬에서 영웅으로 불리던 열아홉 살 청년이에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홍길동 같은 존재랄까.

미군 부대에서 훔쳐 온 '전과'를 가까운 친지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고루 나눠주어, 코자의 최고 '센카아기야'가 되었어요.

센카는 전과를 올리는 자라는 뜻이고, '센카아기야'는 섬 사투리예요. 

온짱은 친구 구스쿠, 친동생 레이, 연인 야마코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어요. 그런데 그 온짱이 가데나 기지에 들어갔다가 총탄을 맞았고, 구스쿠와 레이는 정신 없이 탈출했어요. 그러는 사이에 퍼뜩 알아차렸어요. 온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사.라.졌.어.요!

깜쪽같이 사라진 온짱.

도대체 온짱은 어떻게 된 걸까요?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일본 오키나와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보니, 자꾸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 자꾸 미워하게 되는지... 진짜 미워해야 할 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인데.

반미를 외치며 미군에게 대항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시대의 영웅이자 혁명가로 표현하는 내용을 보면서, 민족이 대동단결하여 체제에 저항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구나, 싶었어요. 감옥에 갇힌 레이와 구스쿠는 오키나와 투쟁의 기수로 알려진 가메지로, 가메 씨가 수감된 사실을 알게 됐어요. 형무소 폭동을 모의했던 일파의 리더 다이라가 잡혀 징벌방에 갇히고, 레이 패거리의 계획을 밀고하려는 녀석이 나타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어요. 레이가 나서서 폭동을 일으켰어요.


"영웅이라. 애초에 그거,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지?"

"그야 온짱이나 가메 씨 같은 사람이겠지."

"그렇게만 말하면 알 수 없지. 어떤 시기에 어떤 상대와 싸우면, 혹은 어떤 일을 어떤 식으로 해내면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냐, 그런 말이지."

"이때다 싶은 순간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온짱은 자주 말했지."  

"난 네 생각을 묻는 거다, 구스쿠. 지금 이 섬에서 우리가 영웅이 되어야 한다면 무엇을 할 거냐는 말이지." (117p)


그로부터 20년 뒤, 구스쿠와 레이는 인생 최대의 수수께끼를 풀게 되는데... 온짱의 행방불명의 전말은...

마지막에 가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인간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다만 어긋난 것일뿐. 그들이 원했던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어요.


즐겁게 놀아보세 날이 활짝 개었으니 밤을 새우고 동틀 때까지

밤을 새우고 동이 트면 어떠리 한나절 놀아보세

님 모습 떠올라 집 안에 앉아 있지 못하겠네

우리 같이 놀면서 잊어보세


놀아도 곱고 춤을 춰도 곱구나

그이를 낳은 부모는 더욱 곱네

어여 일어나 춤을 추라 야단이지만 내가 어찌 춤추지 않을 수 있으랴

얼른 뛰어나가 한바탕 놀아보세 

    (583-5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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