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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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양이들이 있어요.

장화 신은 고양이, 슈렉에도 등장해서 더욱 유명해졌죠.

그리고 여기, 고양이 시빌이 있어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거예요, 아마도.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에 나오는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 우리를 다시 찾아왔네요.

끔찍한 하루를 보낸 주인공 사라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 왔어요.

"나 좀 들여보내줄래?" 

설마, 창가에 있는 고양이는 아니겠지?

이번에는 좀더 간절한 목소리로, 게다가 사라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케리다 데자메 엔트라르 Querida, dejame entrar." 

해석하면 '얘, 나 좀 들여보내줘'란 말이다.  (12p)


당당하게 인간 사라를 입양하러 왔다고 말하는 고양이 시빌.

그래, 딱 지금이야. 이번에는 인간 한 명이 아니라 단체로 받아주면 안 될까?

만약 시빌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대번 콧방귀를 끼며 이렇게 말할 거예요. 사라에게 해줬던 말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바뀐 게 없네요. 


"너희는 상상 속의 유령에 겁을 먹고 있지. 꾸며낸 환상에 오싹해하고.

이야기와 망상과 거짓말의 세계 속에서 살면서 서로를 속이고 있어.

머릿속에 그렇게 생각을 차고 넘치도록 담아서 빙빙 돌리고 있으면 

결국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고, 그 생각들은 네 감옥이 될 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정말로 찾는 건 거기 없어.

왜냐하면 결국 너희가 알아야 할 건 딱 하나뿐이니까, 사라.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


"그러지 않으면 너희는 그 끝도 없는 생각에 또 빠져들게 되고,

그럼 인생이 자기도 모르는 새 다 지나가버리게 될 걸.

더 심하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실은 자기 것이 아니게 될 거라고."


"네 생각을 너무 믿지 마.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네 코를 믿어야 해.

네 본능을 관찰하고 듣고 따라가봐. 

머릿속 훈련이 안 돼서 모든 게 혼란스러운 너희 인간들이 이 말을 이해하긴 어렵다는 건 알지만."  (95p)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까지 쭈욱 그어가며 읽었네요.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마법처럼 단숨에 사라지는 일은 없어요. 스스로 이겨내야만 해요. 시빌의 말처럼 생각만으로 바뀌는 건 없어요.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 단순한 일을 못해서 삶이 엉망진창이 되는 거예요. 상상 속의 유령, 생각의 감옥이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실재하는 어려움보다 더 과장해서 괴로움을 키울 때가 있어요. 어리석은 짓이죠.


주인공 사라는 6개월만 지나면 마흔이 되는데, 어쩐지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것 같아요. 그만큼 되는 일이 없어요.

일도 사랑도 위태로운 상황이에요. 이때 고양이 시빌이 나타나, 사라를 입양해줬고, 덕분에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게 되었어요.

그 마법 같은 이야기가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역시 시빌의 말이 맞았어요.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다 이해했다는 착각은 금물, 반드시 훈련할 것.

고양이 시빌이 알려준 행복 수업으로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이 맑아진 것 같아요. 나에게 집중하니 삶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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