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지도 혹은 지구본을 보면 왠지 설레는 기분이 들어요.

직접 여행한 곳은 많지 않지만 오히려 앞으로 갈 곳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과연 세계여행이 가능할까요.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최민석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20년간 손때 묻은 세계지도가 있다고 해요.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그 기념으로 방문한 국가를 지도에서 찾아 연필로 칠했다고.

그동안 꽤 여러 국가를 칠했는데, 딱 한 군데가 하얀 대륙이었다고.

바로 중남미. 

여행지로 선택된 이유예요.


이 책은 목차 옆에 반으로 접힌 종이를 펼치면 귀여운 남미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각 나라가 빨간 화살표로 연결되어 있어요. 저자의 여행 경로를 표시하고 있어요.

와우, 지금 시점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2019년 7월 2일, 멕시코시티행 비행기를 탄 저자.

누가 알았겠어요. 일 년 후 세계, 그리고 남미의 상황을.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시간을 돌려 평온했던 그때를 상상해봤어요. 영화 같은 풍경들.


중남미 기행문답게 날짜별로 기록되어 있어요.

자유여행이었다면 좀 달랐을라나. 암튼 작가의 로망인 동시에 과제가 된 중남미 여행의 기록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여기서 퀴즈!

멕시코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당연히, 전적으로 작가 시점에서 답해야겠죠.

아름다운 휴양지 칸쿤에 가려고 멕시코에 갔으나, 현실은 해변 1킬로미터 정도가 온통 김으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숙소 주인을 통해 알게 되었대요. 오 마이 갓!

멕시코에 도착한 지 열여섯 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그중 아홉 시간은 시차 적응을 못해 잠을 자다가 겨우 일어나서 소칼로 광장에 갔더니, 멕시코 대학생 두 명에게 설문 조사를 받게 된 것이 첫 번째 일정이었대요. 그들이 물은 주제는 '과연 멕시코는 외국인에게 안전한가'라는 것인데, 저자의 답변은 딱히 위험 요소를 느끼지 못했다 였고, 그들은 실망한 눈치였대요. 숙소가 있는 플랑코라는 지역은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재미있는 건 현지인과 여행자의 시점 차이인 것 같아요. 루이비통 매장은 물론이고 세븐 일레븐 입구까지 경찰이 지키는 곳이 여행자에겐 위험 요소가 있으니까 경찰이 지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대로 현지인들은 경찰이 지키니까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어찌됐든 결론은 경찰이 지키고 있으니 안전한 곳이라는 거죠. 설문하던 학생들 덕분에 여행자가 배운 교훈은, "가능하면 긍정적인 면만 볼 것.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염려와 두려움을 지울 것. 그리고 친절하게 웃을 것." (30p) 이었대요.

중남미 여행의 첫인상을 결정지은 멕시코시티.

저 역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여행이 주는 두근거림이란, 호기심이나 기대라는 긍정적인 심리와 불안감이라는 부정적인 심리가 섞여 있잖아요.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는 여행자의 몫이겠죠.

저자는 현명한 선택을 했고,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아직 중남미를 가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현지 분위기를 알려주면서 섣부른 환상은 거둬내는 효과랄까.

참고로 저자의 다양한 호구짓(?)이 당사자에겐 가슴 쓰린 일이지만 그게 여행의 묘미겠지요.

낯선 곳에서는 언제든지 실수 할 수 있으니까, 혹시나 실수 때문에 창피하면 얼른 떠나면 되는 여행자니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실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저 본인만 손해보는 호구짓. 아마 해외여행에서는 한두 번쯤 해봤을 실수일 거예요.

앞서 퀴즈의 정답은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이에요.

멕시코 여행을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새로운 경험을 할 땐 1초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에요.


음, 역시 여행자의 조언은 값진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진짜인 것 같아요. 

멕시코시티를 시작으로 브라질 코파카바나 바다까지, 40일간의 중남미 여행기를 읽으면서 잠시나마 여행자의 기분을 느꼈어요. 

일상에서 지칠 때는 여행을 꿈꾸고, 막상 여행을 떠나면 집이 그리워지는... 그게 인생이라는 것.

잃어버린 후에야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떠나보면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빠시엔시아"라는 것, 저도 이 책을 통해 배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