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에서
성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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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그림에 반했어요. 

문득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가 떠올랐어요.

살짝 소년의 얼굴을 봤거든요. 내용을 모른 채 그림만 보고도, 소나기 내린 직후의 하늘처럼 맑은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순수한 소년의 마음 같아서.


소년의 이름은 김주찬.

학교에서 주찬이는 외톨이에요. 칠판에다 함부로 주찬이의 얼굴을 그리며 놀려대는 아이들, 정말 못됐어요.

주찬이는 학교 가기가 너무나 싫어요.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는 사랑하는 고양이 치치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요. 고양이 치치는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데 고물상 아저씨 말이 고양이는 죽으면 무지개를 타고 하늘나라로 가는데 이렇게 비가 오지 않으면... 

앗, 어쩌면 치치의 영혼은 아직 여기에 있다고.

주찬이는 지난번에 만들던 고양이 탐지기를 유령 탐지기로 개조했어요. 무지개가 뜨기 전에 치치를 만나야 하니까.

치치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여자애 지수를 만났어요. 그리고...


오키나와 행 비행기 안에 단발머리 여자애가 등장해서, 그애가 지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애는 지수가 아니라 해리였어요. 해리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달래러 여행을 떠났어요.

낯선 해변에서 친구와 닮은 아이 치에를 만났어요.


<여름 안에서>와 <파노라마> 두 편의 이야기가 있어요.

다른 이야기인데, 같은 이야기처럼 느낀 건 주인공의 마음이 그림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누군가를 멀리 떠나 보낸 이의 심정.

그러나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아니라, 잔잔하게 슬픔을 가라앉히면서 새로운 감정으로 채워가고 있어요.


저자 성률은 누구인가.

책 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아요.


언젠가의 여름에 앓은 뜨거웠던 성장통은 

여전히 마음속에 미열로 남아 있습니다.

때론 악몽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여름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분들의 마음에 도착할지

궁금하고 설렙니다.

감사합니다.


아하, 그에게 여름은 악몽 같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하구나.

두 편의 이야기를 보고나니,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

꿈에서 깨고 난 뒤에도 자꾸만 꿈이 머릿속을 맴도는... 


책 표지가 얇은 도화지처럼 펼쳐져요. 그 종이를 벗겨내면 또다른 책 표지 그림이 나오네요.

그리고 책 속에 <여름 안에서>의 주찬이와 지수가 그려진 엽서 두 장이 들어 있어요.

종이 재질이 까슬까슬 스케치북 같아요. 책과 함께 커다란 드로잉 노트도 받았어요.

매미가 우는 여름 하늘은, 수채화로 그려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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