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 성형수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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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책상에 앉아 <기기괴괴>를 보았어요.

완전 분위기를 잡고, 책을 펼쳤더니, 별것 아닌 연출이지만 깜깜한 가운데 스탠드 불빛 아래 몰입감 최고!

미리 경고하는데, 겁이 많다면 아예 펼칠 생각도 하지 마세요. 꿈에 나올라~


오성대 작가님의 <기기괴괴>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성형수"예요.

기적의 성형수는 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성형수에 담궜다가 찰흙을 빚듯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요.

성형수의 마지막 단계는 드라이기로 건조시키면 끝!

완성된 모습 그대로 유지돼요. 단, 성형수를 다시 사용하지 않는 한.

왠지 그 부분이 찜찜했는데, 역시나...

주인공 한예지는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을 성형수로 환골탈태하여 미인이 되었어요. 딱 거기에서 멈췄다면 좋았겠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죠.

조금만 더, 더더더... 더는 못할 지경에 이르게 돼요.

와, 소름 쫙쫙 돋았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결말을 보여줬어요.

본편 엔딩도 기괴하지만 맨뒤에 부록으로 수록된 장르파괴괴는 보자마자 머리털이 쭈뼛 섰어요.

아마 누구든 "성형수"를 보고나면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왜 중국에서 영화로 제작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역대급 호러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네요.


"성형수" 못지 않게, 깜짝 놀란 이야기는 바로 "상자 키우기"예요.

어느 날, 주인공 배병수 앞으로 택배가 왔어요. 보낸 사람이 누군지 적혀 있지 않은 택배의 정체는 작은 상자였어요.

상자와 함께 온 종이에는 '상자 키우는 법'이 적혀 있어요.


상자 키우는 법.

1. 상자에게 먹이를 주면

그 값어치만큼 돈을 토해낸다.

2. 상자가 다른 상자를 잡아먹으면

부피가 커진다.

3. 상자의 식욕은 무제한이다.

   (358p)


자, 당신이라면 이 상자로 무엇을 할까요?

상자 속에 무엇을 넣든지 돈으로 바꿔준다는 건 놀라운 마법인데, 등가교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돼요.

값어치가 명확한 것들은, 이를테면 집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는 그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부자가 되고 싶다면 상자 속에 뭘 넣어야 할까요?

여기서 잠깐, 주인공은 정신을 차리고 근본적인 질문을 해요.

'그나저나 이 상자는 도대체 누가, 왜, 나에게 보낸 것일까.'  (367p)


역시 잘 짜여진 이야기는 흡입력이 놀라워요. 쭉 빨려들어간 느낌이랄까.

뭘까, 라는 의문을 품은 채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결말에 이르러 충격과 경이로움을 안겨주네요.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기기괴괴>!!!

다 읽고나서, 아주 잠시 후회했어요. 어둠이 무서워지는, 그러길래 왜 밤에 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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