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평점 :
<라스트 레터>는 결말을 알고 보는 드라마 같아요.
처음부터 결말을 알고 있으니 시시할 거라는 예측은 틀렸어요.
한 통의 편지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끄집어냈어요.
당신도 기억하나요, 첫사랑의 설렘?
주인공 오토사카 교시로는 24년 만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중학교 동창회를 갔어요.
첫사랑 그녀의 이름은 도노 미사키.
그러나 오토사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미사키가 아닌 그녀의 여동생 유리였어요.
오토사카는 유리를 보자마자 알아봤지만 동창생들은 유리를 미사키로 착각했어요. 이상한 건 유리가 계속 미사키인 척 했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오토사카는 유리를 미사키인 척 속아주면서 연락처를 교환했고, 그날 이후 유리에게 편지가 왔어요.
"네가 죽은 건 작년 7월 29일이었다.
내가 너의 죽음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3주 정도 지난 8월 23일이었다." (8p)
동창회에 미사키가 나올 수 없었던 건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에요.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오토사카는 유리에게 받은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어요. 미사키에게 자신의 문자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어. 동창회 가길 잘했네."
바로 답장이 왔다.
"나도! ^o^"
나는 기쁜 나머지 도를 넘고 말았다.
"널 아직도 사랑한다고 있다면 믿어줄래?"
다시 바로 답장이 왔다.
"아줌마를 놀리지 마!"
아무래도 정체를 밝힐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역 앞 비즈니스호텔로 돌아가 라운지에서 한잔 한 다음 다시 문자를 보냈다.
"내게 너는 영원한 사랑이야."
나는 유리의 답장을 기다렸다. 신경이 쓰여 몇 번이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날 밤에는 어떤 답장도 오지 않았다.
이후에도 답장은 없었다. (55p)
부디 이 소설을 중년의 불륜이나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가지 않기를.
제대로 끝까지 읽는다면 그런 오해는 없겠지만.
사실 읽는 내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요. 오토사카는 첫사랑 미사키를 잊지 못하면서 왜 한 번도 만날 생각을 안했을까요. 무엇이 겁났던 걸까요.
요즘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직접 연락하지 않더라도 소식은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이미 결혼한 첫사랑의 근황을 좇는 일은 스토커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진 않아요. 알고 있지만, 미사키의 죽음 때문에 안타까웠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봤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봤어요.
다행인 건 오토사카에게 온 미사키의 편지 덕분에 <라스트 레터>만의 매력을 느꼈어요.
솔직히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24년 만에 첫사랑으로부터 온 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어요.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떠오르는 감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슬프지만, 단순히 그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줘서 좋았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도, 그 마음은 남아 있다는 걸. 역시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