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적어도 두 번>은 김멜라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고 해요.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담겨 있어요. 


<호르몬을 춰줘요>의 주인공 구도림은 열세 살이에요. 

"나는 등번호 9번에 윙포워드, 머루, 차콜그레이 그리고 IS*다." (9p)

* IS (인터섹스)는 생식기나 성호르몬과 같은 신체적 특징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뜻해요.

내년에 중학교를 가는 구도림은 다른 여자애들이 가슴이 나올 때 버섯이 튀어나왔고, 그 버섯을 내버려둘 건지 없앨 건지 결정해야 해요. 남자가 될 거면 버섯을 남겨두지만 여자로 남으려면 버섯을 자르고 구멍을 넓혀 자궁을 만들어야 해요. 남자가 되나 여자가 되나 수술을 받아야 하고, 결국 많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로또에 뛰어들었어요.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고민이에요. 여자로 살 것이냐, 남자로 살 것이냐.

중요한 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닌 것 같아요. 겨우 열세 살 아이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가 문제인 거지. 그냥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


<적어도 두 번>을 보면서, 문득 성교육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우리 몸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는 '동의'를 받지 않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해요.

처음에 동의했다고 해서, 계속 동의한 건 아니에요. 상대방의 확실한 동의가 없는 신체적 접촉은 관계가 아니라 폭력이에요.

가해자의 비겁한 변명을 고백의 형태로 들려주고 있어요. 유체이탈 화법이나 비유법으로 자신의 잘못을 슬그머니 옹호하고 있어요. 허튼 소리.


<에콜>의 주인공은 4년차 고시생이에요. 옆집 여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가 에콜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돼요. 고통받는 여자의 괴로움이 벽을 통해 전해져요. 오늘도 어김없이 에콜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있어요?"

분명 그건 주인공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인데, 주인공은 "네,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느새 나란 존재가 녹아 사라질 것 같은, 아니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바람이 쌩 가슴을 파고드는 기분일까요.


<홍이>는 등장인물의 성별을 헷갈렸어요. 작가의 의도겠지요.

홍이와 중경.

"그들의 상처를 사진으로 남기고 조서를 작성해 사건을 처리하는 동안 중경은 자신이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바라보는 자의 입장이었을 뿐 중경과 그들은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다.

홍이의 사건 이후 중경은 상처를 드러낸 채 사진기 앞에 서는 여자들과 자신을 구분하는 선이 무너졌음을 깨달았다."   (245p)


김멜라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중경의 심정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아슬아슬하게 소설 속 그들과 나의 경계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는 뭘까요. 그들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정은 전이된 것 같아요. 

발가벗겨진 현실이 일곱 편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