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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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라는 표현보다는 

여전히, 라고 말해야 적절할 것 같아요.

김민형 교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2018) 이후 2년 만이네요. 수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수학으로 가는 첫 번째 문을 열어준 책이에요.

그때부터 수학의 문은 열려 있었고, 우리는 여전히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살고 있어요.

잠시 잊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수학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2019년 7월의 저녁,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자리한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고등과학원 수학난제 연구센터에 모인 일곱 사람과 김민형 교수의 만남으로 탄생했어요.

그 만남의 정체는 바로 '여름 수학 학교'였어요.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와 함께 수학을 통해 인간의 사고능력과 자연에 대해 탐구하는 아홉 번의 특별한 세미나였다고 하네요.  그 내용을 생생하게 글로 옮겨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완성된 거예요.


♣ Pre-talk !  본격적으로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18-19p)

"수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진우(중학생), 박동현(고등학생), 김혜진(30대 고등학교 수학교사), 방순호(40대 프로그래머), 박지수(40대 미술작가), 최준석(50대 기자)까지 일곱 사람의 대답이 나와 있어요. 정답은 따로 없는 질문이라서, 그 중 인상적인 답을 소개할게요.


"수학은 역피라미드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부에 이르기까지 배우면 배울수록 그 세계가 점점 확장되고 차원은 더 올라가니까요.

과연 그 끝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자연과 사회 및 세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하나의 커다란 원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수학은 저에게 좌절감과 고통을 준 학문입니다. 수학 교사로서 복잡한 계산과 분절적 개념으로 수포자를 양산하는 수학 말고,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발견하는 안목을 키우고 싶습니다."  

    - 30대 고등학교 수학교사  (18p)


김민형 교수님은 세미나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요.
"저에게도 수학은 꼭대기에 도달하지 못해도 상관없는 역피라미드입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여행이 중요하다는 말이 여기저기 참 많지요?

우리 대화가 지중해에서 시작했으니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 C.P. Cavafy 의 시 <이타카 Ithaka>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트로이아 전쟁을 끝내고 바다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하는 영웅 오딧세우스 이야기지요.

...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티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볼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가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이해하셨나요?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또 묻고 있어요.

"수학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수학이란, 수학적 사고를 통해 일상의 모든 의문을 정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의 비유처럼 이타카로 가는 길, 그 여정인 거죠.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에요. 오죽하면 저자가 '내가 정직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사지 말라고 권장할 것'이라고 양심고백을 했겠어요.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거예요. 수학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가.

한 마디로 이 책은 수학의 모험이에요.

피타고라스와 수의 발견으로 시작하여 우주의 모양까지 확장해가고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 확실성을 원하고, 수학을 통해 그 확실성을 얻으려고 해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수학의 불확실성 혹은 불완전성을 알려주고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어요.

질문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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