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입다 -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을 애정하는 새로운 방법
백영훈 지음 / 브릭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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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에 카세트테이프, LP는 왠지 유물로 느껴져요.

한때는 누구나 음악을 즐기기 위한 필수품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티셔츠?

좀 생뚱맞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음악을 입다>는 70년대 초에 태어난 자칭 '팝 키드'가 어떻게 티셔츠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티셔츠에 새겨진 그림과 문구에서 재생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저자에게 티셔츠는 자신만의 음악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이 책은 바로 그 티셔츠에서 흐르는 음악과 아티스트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굉장히 신선했어요. 이건 뮤직 티셔츠가 가진 의미를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음악을 듣지 않아도 티셔츠를 통해 똑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니, 대단한 마니아인 걸.

열정 혹은 열광, 뭔가 끓어넘치는 이 감정들은 쉽게 전염되는 것 같아요.

저자가 소개하는 아티스트들과 티셔츠 그리고 음악까지, 이전에는 몰랐던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팻 메스니, 라디오헤드, 제프 벡, 펫 샵 보이스, 요 라 텡고, 톰 요크, 슬로다이브, 맥 드마르코, U2, 데이비드 보위, 지미 헨드릭스, 빌리 홀리데이, 마빈 게이, 존 콜트레인.

그리고 한국 록 밴드로는 유일하게 소개된 ABTB,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의 약자로 두 사람 혹은 두 물체 간의 이끌림이라 해석되지만 음악을 통해 팬들과 교감하는 음악적인 화학작용이라고 그 의미를 확장해 볼 수도 있다고, 여하튼 이 밴드는 2016년 첫 앨범을 내자마자 '홍대 어벤저스'라는 별명이 붙었다네요. 

ABTB는 자신들의 음악적 매력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어요.

"저희 음악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4층 맛집이지요."  (114p)

와우, 맛깔스러운 표현!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게 만드는, 그래서 ABTB 음악을 찾아 들어봤어요.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다면 지징지징 메탈 연주에 빠져들 수 있겠다 싶었죠.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릴 것 같은, 뭔가 쏟아내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만 호불호가 강한 맛이랄까.

앗, 가만보니 이 책을 읽다가 음악 감상으로 빠졌네요.

도대체 어떤 음악이길래,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계속 찾아 듣게 된 것 같아요.

저자가 가장 처음 소개한 팻 메스니 음악은 자꾸 듣고 싶은 매력이 있어요. 재즈 기타의 선율 속으로 빠져들어요. 무엇보다도 팻 메스니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애쓸 뿐, 남들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멋졌어요. 음악이 주는 힘, 그 진정성을 느꼈어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음악을 즐기면 된다고, 남들 눈치 보지 말고. 



track #1 당신은 입어봤나요, 그의 음악을

 : 팻 메스니, 1995년, 2016년 올림픽공원


"전 사람들이 제 음악을 어떻게 여기는지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저는 단지 제가 사랑하고 강하게 느끼는 음악을 하기 위해 애쓸 뿐입니다.

전 솔직히 사람들이 어떤 걸 선호하는지 모르겠으니까요. 

제가 쌓아 온 성공이란 게 있다면, 그건 단지 음악 자체에서 찾은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제 직감과 본능을 따라 갔던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팻 메스니, 『Jazziz』와의 2001년 인터뷰 중    (24p)


# 오늘의 티셔츠#팻메스니#패션무심주의는하이패션#블랙사바스팻메스니의믹스매치 

...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LP 컬렉션에서 찾아낸 심심한 커버의 《The First Circle》.

그 인연으로 누구의 안내나 권유 없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십 장의 앨범을 샀고, 모든 내한 공연을 보았다.

그러면서 열 벌 가까운 티셔츠가 머물다 갔다. 그가 그렇듯 나 역시 계속해서 무언가를 모색하며 그가 진행하는 현재의 음악을 늘 새롭게 듣는다.

"당신은 들어 봤나요?"

1995년 이후 이 질문은 이렇게 바뀌기로 한다.

"당신은 입어봤나요?"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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