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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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는 곧잘 말을 했었나봐요.

엄마 말씀이, 가족 중 누군가 아직 안들어왔다고 걱정을 했더니, "엄마, 뭘 그리 걱정해요. 깜깜해지면 다 알아서 들어올텐데." 했다고.

내 기억에 없는 그 말을, 우리 엄마는 두고두고 하셨어요. 니 말이 맞다고.

어디에 나와 있든지 우리가 돌아갈 곳은 오직 하나, 우리집뿐이라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화가 지유라님의 그림 에세이예요.

이 책은 특별해요. 세상에 나오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대요.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은 모두 나무 조각 위에 그린 집이에요. 

십수 년간 집을 떠나 디자이너로 살다가, 12년째 되던 해에 사표를 내고 집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취미로 나무 가구를 만들었다고.

자투리 나무 위에 집 그림을 그리면서, '집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고.

9년 동안 그린 집 그림과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책이 된 거예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벌써 9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거죠.

우리 집, 친구네 집, 길에서 만난 집, 상상 속의 집 등등 

나무 조각 집이 한 채 한 채 모여 마을이 되었다고 표현한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추억의 마을 같아요. 


"집을 그리다 보면 감춰진 여러 감정들이 뿜어 나오는데 가장 큰 것은 평온한 행복이다."    (7p)


신기하게도, 집 그림을 보면서 똑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곳, 그 안에서 느끼는 평온한 행복감.

내 집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집 그림인데도, 저 너머에 살고 있을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그런데 저자의 친구가, "유라야, 너는 빈민촌을 그리잖아!"라고 말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그야말로 충격 발언이라서...

저자는 그 순간 자신이 그린 집들에 너무 미안해졌다고, 집 그림이 곤궁히 보였다면 자기 잘못이라고 했지만, 그건 아니에요.

그 친구가 집 그림을 보면서 고작 집의 경제적 가치만을 떠올렸다면, 그 친구를 안타깝게 바라봐야 할 일이지 화가의 잘못은 아니에요.

만약 내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면 다시는 안 볼 것 같아요. 친구의 마음도 읽을 줄 모르는 친구라면 친구가 아닌 거니까.


누구나 꿈꾸는 집이 있을 거예요. 분명 멋진 집이겠죠.

중요한 건 그 집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행복한 나의 집이 완성된다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집의 의미가 더욱 크게 와닿았어요. 가족은 내 삶의 의미였더라고요. 


"집은 돌아갈 곳이고 가족이고 그리움이다."

    - 지유라



휴 休


행복은 지나간 후에 알게 된대.

지금은 모른대.

지나고 나서야 알지. '아, 그때가 행복했지.'


그래서 행복은 과거형이래, 어제가 말했다.

그래도 난 행복을 만들거야, 오늘이 말했다.


집에서 쉬면서 오늘의 행복을 만들어본다.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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