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윤동주 동시집
나태주 엮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시인 윤동주.

아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은 누구나 알고 있을 거예요.

이 책은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좋은 시들만 엮어 만든 동시집이에요.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나태주 시인이 동시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에요.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말해주듯이, 동시에 대해 쉽게 풀어주니 다정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어요.

동시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요. 

하지만 처음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그 동시의 매력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시의 운율, 사물이나 인물 혹은 상황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또한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도 알려주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좋은 것 같아요.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개 갑북갑북.

   (68p)


"가난하던 시절 가난한 아이의 이야기가 들어있구나. 

옷에 호주머니는 달려 있지만 그 호주머니는 늘 비어있는 호주머니야.

거기에 넣을 만한 것이 없어서 그렇지. 

예전엔 그렇게 돈이 많지 않고 물건도 많지 않아 어른들도 살기 어려웠겠지만 아이들도 심심했단다.

할아버지는 윤동주 선생이 세상을 뜨고 나서 한 달 뒤에 태어난 사람이야. 어떻게 그걸 기억하겠니?

윤동주 선생이 일본 사람들의 감옥에서 돌아가신 것이 1945년 2월 16일인데 할아버지의 생일이 그로부터 딱 한 달 뒤이 1945년 3월 16일이기에 잘 기억하는 거야.

할아버지의 어렸을 때도 그랬는데 그보다 28년 전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동주 선생 때는 더욱 힘들고 가난했을 거야. 

그래도 시 안에 들어있는 소년은 기죽지 않고 씩씩해. 마음이 꿋꿋해서 그렇지. 겨울이야. 손이 시려서 주먹을 쥐고 다니다가 그 주먹을 호주머니에 넣는다고 해.

그래서 빈 호주머니가 가득가득 찬다는 거야. 이 얼마나 꿋꿋하고 당당한 마음이니! 사람이 그래야 해. 가난하고 힘들다고 기죽고 풀이 죽으면 안 되지. 그런 때일수록 바르게 일어나야 해, 장갑도 없었던 거야. 그래도 주먹을 쥐고 추위를 견뎌야지.

... 위의 시에서 '갑북갑북'이란 말은 '가득가득'이란 뜻의 함경도 지방 방언(사투리)이야. 시에서 이렇게 그 지역 사람들 말을 넣으면 더욱 실감이 나기도 한단다."   (69p)


이 책을 읽고나니 '시의 언어도 배워야 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예전에 아이에게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들려준 적이 있어요. 단어 자체의 의미는 알아도 그 단어들이 모여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을 때, 새로운 해석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그 시는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수수께끼처럼 풀어내는 과정이야말로 시를 제대로 음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동시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 내용이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윤동주 시인이 쓴 동시는 시대적으로 고통을 겪던 때라는 걸 알아야 해요. 윤동주 시인은 우리 말로 글을 쓰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었어요. 그분이 남긴 시에는 오로지 우리 말과 글로 쓰여져 있어요. 말과 글 속에 민족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어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했던 시인은 단 한 줄도 일본어로 글을 쓰지 않았고 친일작품을 단 한 편도 쓰지 않았어요. 당시 거의 모든 문학인들이 친일문학의 대열에 섰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왜 윤동주 시인이 시를 쓴 것이 하나의 독립운동이었는지 이해될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주옥 같은 동시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까지 되짚어 볼 수 있었어요. 

<윤동주 동시집>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선물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