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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 매일의 기분을 취사선택하는 마음 청소법
문보영 지음 / 웨일북 / 2020년 7월
평점 :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무언가를 하나씩 버려보는 건 어떨까." (9p)
이 문장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내가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것들이 도리어 삶의 무게가 되어 나를 짓누를 수 있다는 걸.
버릴 수도 있구나...
정말 몰랐다기 보다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이때, 버린다는 건 두 가지 행위를 뜻해요.
마음의 부담이나 걱정들을 내려놓거나 비워내는 것.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
중요한 건 마음이든 물건이든 쓰레기는 그때그때 치워야 한다는 거예요.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는 문보영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별일이 없으면 행복한 게 맞는데, 왠지 불안해지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조언대로 무언가를 하나씩 버려보세요.
진짜 효과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 내가 버린 것들, 버리고 떠나온 것들을 촬영하고 일기를 썼다.
그것은 버린 물건에 대한 애도이기도 했지만 두 번째 헤어짐, 재이별 즉 제대로 헤어지기였다.
버린 물건이 글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재활용이기도 했다.
... 버린 물건은 글이 되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살게 되었다. 일기는 늘 그랬다.
... 쓰레기에 관한 일기를 쓰면서 내가 알게 된 작은 사실은, 살아있는 한 버린다는 것이다.
죽으면 더 이상 버리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건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므로.
그러니 버린 물건에 관한 일기는 살아있는 나 자신 그리고 삶에 관한 관찰이기도 하다." (8-9p)
읽는 내내 신기했어요. 불안한 작가의 일상에서 '버리기' 라는 일관된 행동이 주는 안정감이랄까.
저자의 말처럼 버린 물건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데에 공감했어요.
산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그런 거지, 라는 깨달음?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요. '버리기' 혹은 '버린 물건'에 관한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로울 수 있다니.
그러니까 저자의 능력은 버려진 물건이 실용성을 잃었을 때, 가려져 있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다음 글을 보면 이해할 거예요. 수없이 아이스팩을 버렸지만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
"오늘 버린 것은 아이스팩이다."
... 드라이아이스나 젤 아이스팩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아이스팩의 돌 얼음은 싱크대에 던져두었더니 스스로 사라졌다.
이런 쓰레기는 방치가 답이다. 외면한 채 뒤돌아 있으면 어느새 사라져 있다.
... 반면 젤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으므로 조치가 필요하다.
... 돌이켜보면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것들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17p)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친구들은 본명 대신 특이한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를테면 인력거, 호저, 팀탐, 영혼 없는 리액션, 흙, 길 잃은 영혼, 생활문화지원실, 조춘삼과 방혜자(가명) 등등.
저자의 작명 솜씨에 감탄했어요. 버리기 마음 청소법과 더불어 나만의 이름 붙이기까지.
예민하고 불안한 작가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