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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 그림책을 보면 새삼 놀라게 돼요.
그림으로 표현되는 마음.
누구나 딱 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
쉽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그림책을 보곤 해요.
단순명료하게, 다 보이거든요.
<미움>은 조원희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책 표지의 단발머리 소녀가 보이시나요?
목에 가시가 걸려 있네요.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런 말을 들었어.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한 걸까요.
이유도 모른 채 난생처음 이런 말을 들었어요.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미움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은,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답해져요.
네가 나한테 상처를 줬으니 나도 너를 미워할 거야, 라고 마음 먹는 순간부터 미움은 점점 커지기 시작해요.
마음이 온통 미움으로 가득차네요.
이상해요.
미워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왜 이리 괴로운 걸까요.
미워, 미워, 미워.... 네가 미워.
아파, 아파, 아파.... 내가 아파.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난 적이 있어.
자꾸 긁어서 점점 번졌을 때
내 손을 가만히 잡으며 엄마가 말했어.
"신경쓰여도 만지지 마. 그래야 낫는다."
정말 그랬어.
미워하는 것도 그런 걸까?
가만히 기다리면 미움이 사라질까?
정답은 없어요.
미움이 부스럼처럼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어떤 미움은 흉터처럼 남아 있어요.
대부분의 흉터는 보기 싫은 흔적이긴 해도 아프진 않아요.
아픈 기억인 거지.
그 기억에 매달리면 다시 또 아플 수도 있어요.
단발머리 소녀는 마음을 바꿨어요.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현명한 선택을 했네요.
나였다면 어땠을까... 문득 부끄러워지네요.
가끔 난 미움 덩어리, 그 자체일 때가 있거든요.
미움을 놓아 버리지 못해서, 마음을 바꾸지 못해서.
그림책은 지혜로운 스승 같아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보여주기만 하니까.
아하, 그거였구나.
스스로 느끼라고, 깨달으라고.
머릿속 마음속이 복잡한 건 하나도 좋을 게 없어요.
단순하고 맑아야 좋은 거지.
<미움>을 보면서 배웠어요.
누군가를 미워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미워하지 않는 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