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괜찮다, 꼬마야. 이제 모든 게 정리될 거야."   (191p)


세상에나, 이 평범한 말에 울컥하다니...

미치 앨봄의 책을 처음 만난 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었어요.

단순히 책 한 권을 읽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진지하게 만나는 일.

그래서 늘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여성이고, 애니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는 젊었기에 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천국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국은 늘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

        - 프롤로그, 마지막 순간 (10p)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주인공 애니를 통해 삶과 죽음,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자는 이 소설에 나오는 사후의 풍경은 종교적인 교리가 아니라 소망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네,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요. 죽음 이후 아무것도 없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싫어요. 천국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애니는 서른한 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결혼식 다음날에 끔찍한 사고를 당했어요.

이제 막 행복하려는 찰나, 왜 하필 지금이냐고 화를 내고 싶지만... 그러면 언제 죽어야 맞는 거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답할 수 없을 거예요.

곧 죽는다는 걸 안다면, 단 몇 초도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소설은,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애니의 결혼식으로 시작되고 있어요.

죽음까지 열네 시간을 남겨두고 애니는 혼인 서약을 했어요. 죽음의 카운트다운... 읽는 사람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드네요. 곧 다가올 애니의 죽음을 알면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려니 괴로웠어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의 죽음을, 내가 뭐라고 이토록 힘들어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애니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알게 된 이상 그녀를 남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녀가 겪었던 아픔들이 내 마음까지 전해져서 슬펐어요. 

천국에서 애니는 자신도 몰랐던 인연과 진실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하, 진작에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그 순간 나를 돌아봤던 것 같아요. 

살다보면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그 상태에서 단절된 채 시간은 흘러가고... 마치 무한의 시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만약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면, 그러한 상상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각자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될 거예요.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1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