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사냥꾼의 노래

구름사냥꾼의 노래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5
알렉스 쉬어러 지음, 윤여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6월

알렉스 쉬어러.

작가의 이름만 보면 바로 반응하게 돼요. 이 책은 읽어야겠구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맛집 같은 느낌?

처음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그런 맛집.

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맛, 그래서 또 찾게 되는 맛.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로 출간되다보니 책 표지가 어린이 취향이라는 점이에요.

주인공이 어리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유치하진 않아요. 오히려 심오하죠.

누구나 어린 시절을 겪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던 혹은 놓쳤던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사람마다 다를 테니.

중요한 건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이 그 부분을 담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의 소설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무엇이든 구별짓고, 경계를 나누는 걸까요?

얼굴색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적대시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역사는 늘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평화주의자들은... 전쟁에서 평화주의자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구름사냥꾼의 노래>의 주인공 '나'는 크리스찬이라는 소년이에요.

크리스찬은 새로 전학 온 제닌에게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아요. 제닌의 얼굴에 커다란 상처 두 개는 일종의 표식이에요, 구름사냥꾼이라는 표식.

여기 나오는 세상은 특별해요.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녀요. 마치 물 속을 헤엄치듯이. 당연히 어릴 때 하늘수영을 배워야 날 수 있어요. 어른이 된 후에는 끝없이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날 수 없어요. 운송수단은 하늘을 나는 배, 버스 등이 있어요. 대양이나 바다가 존재하지 않고, 섬들은 무거운 공기 중에 떠 있는 거대한 뗏목 같아요.

구름사냥꾼은 집시처럼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구름을 찾아 다녀요. 구름을 통해 생존을 위한 물을 얻을 수 있어요. 천연 수원이나 물을 모을 수단이 없는 땅에 사는 사람들은 마실 물과 관개용수를 모두 구름사냥꾼에게 의지해요. 물 공급이 안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돼요. 

하늘에 떠 있는 섬들 너머에는 금단의 제도와 반대자들의 제도가 있어요. 

육지에 살고 있는 크리스찬은 구름사냥꾼이 되고 싶어요. 반면 제닌은 떠돌아 다녀야 하는 자신의 삶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요. 사람들은 구름사냥꾼에게 의존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계하거든요. 용감하고 당차 보이는 제닌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몹시 싫어해요. 얼굴의 흉터, 제닌은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흉터도 싫어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닌은 자기가 못생겼다고 믿는 것 같아요. 크리스찬은 그 흉터가 제닌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크리스찬이 제닌을 항상 쳐다보는 건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인데, 그걸 말할 수는 없어요. 

드디어 크리스찬은 제닌과 함께 구름사냥꾼의 배를 탈 수 있게 됐어요. 두근두근 기대했던 구름사냥꾼의 삶, 그 모험을 떠나볼까요?

앗, 이런... 상상했던 모험 대신에 무시무시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네요.

분명 이상하고 놀라운 세상인데, 묘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겹쳐 보였어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 편견과 차별은 사라지질 않네요. 아이들 눈에도 보이는 문제가 왜 어른들에겐 안 보이는 걸까요. 

<구름사냥꾼의 노래>를 통해 모순투성이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어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어. 이 세상은 위험하거든. 우린 안전하지 않아. 우리 모두 말이야. 

넌 안정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야. 그건 착각일 뿐이야. 

넌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구름 위에 서 있는 거야. 그리고 그 구름은 언제든 녹아버릴 수 있어.

네가 나보다 절대 안전한 건 아니야. 단지 네가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지."   (105-1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