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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 논문에는 담지 못한 어느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401일 체류기
오마타 나오히코 지음, 이수진 옮김 / 원더박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바뀌고 있어요.
그야말로 코로나 패닉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나라가 국경을 봉쇄하면서 수 천만 명의 난민들이 극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어요.
매년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이라고 해요. 잊혀진 난민들... 안타깝게도 난민 문제는 코로나 위기로 인해 밀려나버렸어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눈을 떴어요. 난민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은 난민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인류학자이며 현재 옥스퍼드 대학 난민연구센터(RSC)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주로 동아프리카의 난민 경제 활동을 조사하고 있어요.
이 책은 작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일본어판으로 출간되었고, 올해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어요.
우리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난민이 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아니라,
'우리 중 누구나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난민 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로 다시금 돌아보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그들을 '알아 가는 것'이야말로
난민 문제의 해결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8p)
이 책은 저자가 서아프리카 가나에 위치한 부두부람 난민 캠프에서 연구 목적으로 체류한 2008년 7월부터 2009년 9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집필한 내용이라고 해요.
당시 저자의 연구 주제는 난민의 경제 활동, 즉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어요. 현지 조사를 위해 부두부람 난민 캠프에 라이베리아 난민 남성 두명이 살고 있는 집에서 13개월에 걸쳐 공동생활을 했어요. 연구자로서 원칙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난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함께 생활하다보니 연구자와 이웃 사이에 공사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그래서 조사를 마치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학술적인 데이터보다는 그들과의 일상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저자의 그 마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을 때는 분쟁 등으로 긴급 사태가 발생한 단계인데, 점점 난민들이 캠프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원조국의 관심은 줄어들고, 지원도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어쩔 수 없이 난민들은 생존을 위한 나름의 경제 활동을 해야 될 처지가 된 거예요.
부두부람 난민 캠프는 처음엔 긴급 피난 장소로 설치되었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마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대요. 표면적으로는 가나 사람들이 사는 주변 마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난민들에게는 가나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제한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오랫동안 가나에서 살아도 결코 가나 사람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난민들은, 결속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상부상조의 정신은 난민으로 낯선 땅에서 살기 위한 삶의 지혜라고.
그러나 난민 캠프에도 빈부 격차가 존재해요. 비참하게 굶주릴 정도로 가난한 난민이 있는가 하면 해외송금 덕분에 풍족하게 지내는 부유한 난민이 있어요. 또한 'GAP(갭)' 구역에는 라이베리아 내전 중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친 반정부군의 게릴라나 소년병 출신자들이 모여사는 곳이 있는데, 이들은 난민들 사이에서도 꺼려하는 무법자들이에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들의 세계, 캠프 내부의 삶을 보면서 새삼 국가와 법이 왜 필요한지를 똑똑히 알게 됐어요. 십대 소녀들이 아기를 낳아 혼자 키우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되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 해요. 그들끼리 돕는다고는 해도 빈곤에 허덕이는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요.
저자는 1년 넘게 아프리카 난민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면서 세가지 'So What'을 얻었다고 해요. 그 부분은 꼭 책을 통해 모두가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은 "나와는 상관없어."인 것 같아요. 타인의 불행 앞에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면, 결국 그 불행은 언젠가 내게도 닥친다는 걸.
살아 숨쉬는 동안, 나와 이 세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바로 우리 이웃이자, 소중한 사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