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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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어요.

방구석이 주무대가 되어버렸네요.

지금, 방구석에서 시작하는 역사여행 이야기가 있어요. 

진짜 역사여행을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과정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방구석 역사여행>은 우리나라 방방곡곡 역사여행지를 소개한 책이에요.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두 딸의 아빠라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은 역사여행으로 온 가족이 함께 떠나면 좋을만한 국내 여행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신나게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지역마다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본다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책의 첫 페이지는 전국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각 지역마다 가볼 곳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어서 좋아요.


▣ 서울 - 옥천암, 종묘, 운현궁, 경희궁, 승동교회, 경교장, 길상사

▣ 경기도 - 용문사, 수종사, 삼릉, 서오릉, 남한산성, 과지초당

▣ 강원도 - 청평사, 하조대, 양양향교, 청령포, 수타사, 이승복기념관

▣ 충청도 - 정림사지, 화양서원, 임존성, 보탑사, 진천농다리, 해미 순교성지, 단재 신채호 사당

▣ 전라도 - 화엄사, 송광사, 순천왜성, 광한루, 전주사고, 광양 김시식지, 동국사

▣ 경상도 - 수로왕릉, 감은사지, 부석사, 무섬마을, 소수서원, 우포늡

▣ 제주도 - 도두봉, 비자림, 용머리해안, 천제연폭포,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 한라산, 마라도 

 

이 책을 읽다가 알게 됐어요. 아이와 함께 종종 견학을 갔던 서울역사박물관 옆, 정확히는 강북삼성병원 내에 경교장이 있다는 걸. 

경교장은 원래 친일파 최창학의 집으로, 죽첨장이라 불리던 곳이었어요. 최창학은 미군정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양다리를 걸친 인물이에요. 최창학은 자신의 보신을 위해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에게 자신의 저택을 내줬던 거예요. 김구 선생은 일본식 이름인 죽첨장을 경교라는 근처 다리의 이름을 따서 경교장이라 바꿔 부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청사이자 한국독립당 청사로 활용했어요. 그러나 비통하게도 그 경교장에서, 육군 소위 안두희가 쏜 총탄에 김구 선생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일제강점기에도 무사했던 김구 선생이 광복 이후 이토록 허망하게 서거한 것은 분명 일제보다 더욱 강력한 세력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에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이후 경교장은 최창학에게 반환되었다가 타이완 대사관으로 사용되었고, 6·25 전쟁 이후에는 미국 특수부대가 주둔하는 공간이었고, 이후에는 삼성병원 건물로 쓰였어요. 임시정부 국무회의가 열렸던 장손느 삼성병원 원무과로 사용되었고, 김구 선생이 집무실로 사용하다 피살된 장소는 의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이 되었어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면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경교장을 대한민국 정부가 외면했던 거예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고, 드디어 2009년 8월 14일 경교장 복원이 결정되고, 2013년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누구나 경교장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남아 있어요. 버스 정차 안내방송에서 경교장을 알리는 하차 방송을 듣고 내리면 경교장까지 400m 거리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나온다고 해요. 반면 경교장이 있는 버스 정류장은 삼성병원으로만 하차 방송이 나온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에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지식뿐 아니라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가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국내 여행지 중에는 역사를 알면, 발길 닿는 곳마다 의미 있는 장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역사를 알면 비로소 보이는, 뜻깊은 역사여행.

책을 읽고나니 제대로 다시 한 번 그곳에 가봐야겠구나, 그때는 새로운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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