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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4월
평점 :
그냥 끌려요.
길을 걷다가 작은 풀꽃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돼요.
나이들면 꽃이 좋아진다더니... 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꽃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관심이 예전부터 있었더라고요.
학창 시절에 식물의 구조를 배우고, 노트에 그려가며 셀렜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다시금 마음이 살랑살랑 즐거웠어요.
<식물 산책>은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님의 책이에요.
딱딱한 전공책이 아니라 부드럽고 매력적인 식물 에세이예요.
저자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하면서 학부 3학년 때 우연히 들은 식물 그림 수업에서 처음으로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대요.
졸업 후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물세밀화가를 뽑는 곳인 국립수목원에서 일하게 되었고요.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식물세밀화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인지하여 세밀화 작업을 제도화하고, 수집해온 곳이라고 해요.
식물세밀화가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 땅의 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의 첫 직장인 국립수목원에서 자생식물을 그렸을 때부터, 지난 10여 년간 식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고 해요.
우리에게 식물이란 잠시 눈길이 머무는 정도의 관심이지만 식물세밀화가에게 식물이란 사랑의 대상인 것 같아요.
현미경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점점 더 큰 세계가 펼쳐진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만난 식물은 모두 한번 뿌리 내린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들을 닮고 싶어진다.
그들 곁에서 나도 언제까지나 묵묵히 이 세상의 식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다." (7p)
신기하죠?
작디 작은 꽃잎 하나에 우주만한 신비가 담겨 있다는 것.
우리는 아직 그 비밀을 다 풀지 못했어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인 구상나무에 대해 정작 한국 연구는 미진했다고.
저자는 4년 동안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구과식물을 모두 그렸고, 그 기록은 한 권의 도감으로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 아니라고 해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해요.
책 속에 아름다운 식물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요.
국립수목원, 하코네습생화원, 베를린다렘식물원, 고치현립마키노식물원, 싱가포르식물원, 허브천문공원, 제이드가든, 파리식물원, 평강식물원, 큐왕립식물원, 암스테르담식물원,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쓰쿠바식물원, 진다이식물공원, 신주쿠공원, 도쿄대부속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
제가 가본 곳은 딱 하나, 국립수목원뿐이지만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식물원도 꼭 가보고 싶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식물세밀화가를 그림작가라고 착각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통해서 식물세밀화를 처음 봤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림작가로서 세밀화를 그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식물학자로서 식물세밀화를 그린다는 건 식물 연구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식물 산책>은 식물과 식물학 그리고 식물세밀화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더 나아가 식물을 사랑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