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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기억,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요?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걸까요?
민카 켄트의 장편소설 <내가 너였을 때>를 읽는 내내, 묘한 긴장감과 불안을 느꼈어요.
주인공 '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어요. 누군가에게 칼로 찔리고 폭행당해 피투성이인 채로 길에 쓰러져 있는 걸 경찰이 발견하여 목숨을 건졌어요.
다들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글쎄요... '나'라는 사람은 그 사건을 겪은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예전의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브리엔 두그레이'인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케이트 엠벌린'이라고 이야기해요.
너무나 혼란스러운 건, '나'는 케이트 엠벌린이라는 여자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현실에는 이미 브리엔 두그레이라는 여자가 '나'라고 생각했던, '나의 삶'을 잘 살고 있는데, '나'는 사고 이후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과연 '나'는 미친 걸까요, 아니면 '나'의 삶을 송두리째 타인에게 빼앗긴 걸까요?
지금 '나'의 곁에는 오직 나이얼뿐이에요. '나'는 그를 내 집에서 함께 사는 세입자이자 친절한 친구로 생각하지만, 그는 사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 결국 자기 기분을 좋게 해주는 점만 골라 믿는다는 얘기다." (179p)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시선으로 상황을 그려내고 있어요. 브리엔과 나이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의심, 믿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내가 너였을 때... 내가 '나'라는 사실이 부정당했을 때, 더 이상 나를 믿을 수 없을 때.
무엇보다도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세계는 균열이 생기고 서서히 붕괴하는 게 아닌가.
세상 사람들을 모두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자신마저 속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거짓말...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그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었어요.
결국 우리 삶에서 믿음이란, 존재를 증명하는 혹은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너였을 때>를 읽고나서 떠오른 노래가 있어요. 나도모르게 이 부분을 흥얼대고 있네요.
"~ ♬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
지금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기억하며 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