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조영주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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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홈즈가 진짜 카페였군요.

습관이 무섭다고, 요즘 제가 매일 출석하는 인터넷 카페로 착각했었네요.

저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인 줄... 몰라도 너무 몰랐네요.

셜록 홈즈에게 푹 빠진 저자가 꿈꾸던 카페를 우연히 현실에서 발견했는데, 그곳이 바로 카페 홈즈였대요.

작은 테라스, 혼자 앉는 손님을 위한 자리와 책이 가득 찬 서가들, 그리고 드립커피 이름이 추리소설 속 명탐정 홈즈, 마플, 포와로, 메그레라고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쭉 단골이 되었대요. 거의 매일 출석해서 책을 읽고 글도 썼다고 하니, 저자의 작업실이라고 소개해도 될 듯 싶네요.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그토록 매일 가는 카페 홈즈의 사장님과는 주문 외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가 2년여 흐른 뒤에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대요.


"저 혹시 아실지 모르겠는데 《붉은 소파》라는 소설을 쓴 조영주라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구십 도 직각으로 몸을 굽혀 인사했다. (67p)


카페 홈즈는 수많은 소설가들이 오가는 단골 가게라네요. 왠지 멋진 것 같아요.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카페처럼.

암튼 《붉은 소파》라는 작품으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고, 책으로 출간되고 나서야 카페 홈즈의 사장님과 말문을 텄다는 사연을 보면서, 괜시리 웃음이 났어요. 작가님한테는 실례일 수 있는데, 너무 귀엽지 않나요?


예쁜 애가 정작 자신이 예쁜 줄 모를 때 더 예뻐보이는 심리처럼,

그동안 해왔던 작품 활동만 보면,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타닥타닥 글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데 작가의 현실 고뇌가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더욱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저자 본인은 그 이유를, 여간해선 낫지 않는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요. 이 책에 담긴 글을 쓸 때도, 글을 쓰기 직전까지 못 쓸 것 같아 두려웠다는 심경 고백이, 저한테는 공감 포인트였어요. 어릴 때부터 '나는 왜 태어났을까'를 고민하면서 늘 스스로를 믿지 못해 주눅 들어 있었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던 저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것이 집 앞에 생긴 노천카페, 그 카페 홈즈였다고.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저자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와 깜깜한 터널에서 나올 수 있도록 빛이 되어준 카페 홈즈에 관한 이야기예요.

셜록 홈즈를 좋아하지만 덕후까지는 아니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딱히 내세울 정도는 아닌 나.

문득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학급문고를 만들면서 장래희망에 소설가로 적었던 게 떠오르네요. 왜 소설가였을까. 한 번도 소설을 쓴 적이 없으면서.

기억이 가물가물, 소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그 무렵에 어른들이 읽는 소설을 처음 읽었고, 뭔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노트를 펼쳐서 어떤 줄거리를 정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고민하다가... 그러다가 그만 뒀던 것 같아요.

한여름밤의 꿈처럼 안녕~ 

이 책 속에는 "소설의 리얼리티가 무엇인지, 다 알려주마."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럴 것 같은, 단편 소설 <우비 남자>가 수록되어 있어요. 이 소설 덕분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피리술사》와 《흑백》을 읽고 싶어졌어요. 아참, 그보다 먼저 《붉은 소파》를 읽어야겠네요.

한국 추리소설의 세계, 아직 그 앞에서 기웃대고 있는 독자로서 이번 기회에 성큼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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