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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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에 푹 빠졌던 적이 있어요.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끌렸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나니 완전히 마음이 돌아섰어요. 역시 흡혈귀는 끔찍해요. 

<인외 서커스>는 고바야시 야스미의 잔혹 배틀 스릴러 소설이에요.

왜 잔혹 배틀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바로 인간과 흡혈귀의 대결이에요.


"뭐로 위장해?"

"서커스단."

...

"녀석들의 리더는 랜디라고 불린대."

"전설의 흡혈귀 사냥꾼 랜돌프? 설마!"

"어쨌든 정체를 알았으니 두려워할 건 하나도 없지."

    (49p)


서커스단으로 위장한 흡혈귀 사냥 컨소시엄의 대장 랜디는 강력한 힘을 가진 흡혈귀 퀸 비를 거의 소멸시킬 뻔 했어요. 

아슬아슬하게 도망간 퀸 비가 컨소시엄의 존재를 동료들에게 알리면서, 이번엔 컨소시엄이 공격을 당하게 되는데...

이럴 수가, 흡혈귀들이 공격한 건 진짜 서커스단이었어요.

과연 아무런 무기도 없는 서커스 단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소설의 압권은 흡혈귀의 변신과 놀라운 회복력인 것 같아요.

웬만한 무기에도 끄덕하지 않으니, 공격한 사람이 당황할 수밖에...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한 묘사 덕분에 피 튀기는 장면들이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져요.

절단되거나 부서진 몸의 조각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복원되는 모습도 너무 무서워요.

사실 가장 잔혹하게 느껴지는 건 흡혈귀들끼리 공격하는 장면이에요. 피만 있고 눈물은 없는, 냉정한 흡혈귀들은 센놈이 약한 놈을 언제든 괴롭히다가 죽일 수 있거든요. 흡혈귀들은 거의 대부분 복원이 가능하지만 공격을 당하면 심한 통증을 느낀대요. 상대방이 고통을 당하건 말건 아무렇지 않은 흡혈귀를 보니 정나미가 뚝 떨어져요. 

흡혈귀들은 인간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최대한 고통을 주기 위해 서서히 상처를 내고 괴롭혀요. 결론은 어차피 죽이는 건데 인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조롱하는 장면은 분노가 치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흡혈귀들은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인 것 같아요. 

인간이 가진 수많은 약점들 중 한 가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착각인 것 같아요. 한 마디 잘 속는다는 거죠. 배신당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을 믿었던 마음이 클수록 아픔은 더 클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믿음을 포기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니까.

절대로 속지 않는다는 건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세상에 아무도 믿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아마도 흡혈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결말 때문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네요.

거의 완벽하게 상처를 복원해내는 흡혈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더라는, 아니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저주받은 종족이구나.

인간이기에, 불완전하다는 건 인간이 가진 매력인 것 같아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틀림없이 이겨낼 거야."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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