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계선 -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
아포 지음, 김새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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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과 인도 국경 분쟁 지역에서 난투극이 벌여져 양국 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예요.

왜 싸우는 걸까요.

두 나라는 1962년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양측 군이 관할하는 실질통제선을 경계로 삼았어요.

자그마치 3440km라는 길고 불명확한 국경선 탓에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 왔어요. 이번 충돌은 중국의 일대일로, 신 실크로드 전략에 맞서서 인도가 분쟁 지역에 도로 확충 사업을 벌이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2013년 양국은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국경에서 총을 쏘는 것을 피하기로 합의했고, 이로 인해 양국 군인들은 원시적인 무기로 싸웠다고 해요. 최소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쇠못 몽둥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인도 국민들이 분노했고, 중국산 불매 운동으로 번지게 됐어요. 

인도 모디 총리는 6조 원 규모 무기 도입 예산에 서명한 뒤 국경 지대를 찾아가 직접 중국을 향해 팽창주의를 중단하라고 경고했어요. 또한 지금은 개발의 시대라면서, 누군가 팽창주의를 고집한다면 세계 평화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며, 팽창주의자들이 패배하거나 소멸했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는 핵보유국이라는 점과 주변국과 국경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를 탓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슬픈 경계선 :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을 읽지 않았더라면, 눈여겨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해 무심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예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과연 그럴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인류학자인 동시에 타이완 사람이에요. 타이완의 근현대사는 한국과 닮아 있으나 다른 점이 있어요. 대부분의 타이완 사람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종족이라서, 단일 민족이라는 역사적 서사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과 국제사회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타이완 사람들은 항상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와 같은 물음을 안고 있다고 해요. 근래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타이완 정체성을 갖춰 가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인들에게 '타이완은 중국과 다르다, 왜 그런지, 무엇이 다른지'를 설명해야만 한다고 해요.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과연 '당신과 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저자는 타이완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인류학적으로 고찰하고 있어요. 단순히 책상 위 서류로 비교 분석한 것이 아니라 직접 두 발로 땅을 밟아가며 경험하고 토론한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2013년 초판 출간된 <슬픈 경계선 : 한 풋내기 인류학자의 여행과 사유> 이후에도 2017년까지 약 1,500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계속 여행하면서 다듬고 보태어 다시 정리한 개정판이라고 해요.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이 여행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네요. 책을 읽는 우리 역시,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작'이 될 것 같아요.


"인류학이란 결국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11p)


책의 첫 페이지에는 동남아시아 지도가 나와 있어요.

타이완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한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이 있고, 서쪽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가 있고, 남쪽으로는 필리핀, 브루나이, 인도네이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있어요. 지도 위에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서 선을 다시 긋고 색칠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어요. 유독 일본은 시야에서 제외했다는 걸. 존재하지 않는 듯 무시하는 태도에서, '아, 이런 게 심리적 경계구나.'라고 느꼈어요. 

타이완 사람인 저자는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아 숱한 고생을 했대요. 베트남에게 중국은 극도로 증오하는 이웃이자 위협적인 존재라는 정서가 퍼져 있다는 걸 체감한 거죠. 그래서 큰 소리로 외쳐야 했대요. "타이완이에요, 중국이 아니고요 Taiwan, Not China!" (39p)

베트남 라오까이역에서 다리만 건너면 중국 땅인데 여행사 직원이 너희들(저자와 일행)은 못 간다고 막더래요. 왜냐하면 타이완인이니까!  당시에는 타이완 동포증(타이완 주민 대륙 왕래 통행증)이 발급되지 않던 시기였고, 2015년부터 발급하기 시작했대요. 

모순되게도 중국에게 타이완 사람이란 중국의 일원이면서도 특수 허가증 및 승인 따위가 있어야만 중국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존재인 거예요.

베트남과 캄보디아 간의 관계도 전쟁을 겪으면서 국민들 간의 원망과 증오가 쌓여 있어요. 산업 기반이 취약한 라오스는 사실상 태국 경제의 지배를 받고 있어요.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4개국의 국경은 메콩강을 중심으로 나뉘어 경제 교류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이 동남아시아 전체의 인프라 건설을 장악하고 있어요.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도움을 중국식 침략 문제라며 우려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종족과 화교 사이의 경계선은 네덜란드 식민통치 시대에 그어진 이후 오늘날까지 남아 있었는데, 근래 홍콩과 타이완의 대중문화와 언어가 동남아시아를 휩쓸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바뀌었다고 해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역사적으로 적대시하던 국가들도 문화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이 되는 걸 보면 실질적인 국경보다 더한 경계선은 심리적 경계인 것 같아요. 그걸 모두 허물 수는 없다 해도 노력할 수는 있어요. 마음을 열고 다가가 타인을 이해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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