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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닐 포스트먼 지음, 홍윤선 옮김 / 굿인포메이션 / 2020년 4월
평점 :
<죽도록 즐기기>라는 제목만 보고 단단히 착각했어요.
아모르 파티, 인생을 즐기라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거든요.
이 책은 성찰없는 미디어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한 마디로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우리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이에요.
과거 7080 세대는 어른들한테 종종 들어봤던 말일 거예요. TV는 바보상자다!
1985년 출간된 책이라는 점이 놀랍네요.
그때는 텔레비전이 뉴미디어 매체였고,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었어요.
저자는 출간 당시에 조지 오웰의 『1984년』(1949)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라는 두 작품을 언급했어요.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소설이라는 공통점,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요.
오웰은 정보통제 상황을 두려워한 반면, 헉슬리는 지나친 정보과잉으로 인해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전락할까봐 두려워했어요.
즉,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고,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봐 두려워했어요.
근래 두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 책의 저자 닐 포스트먼 역시 그 핵심적인 메시지를 지적하고 있어요. 다만 오웰이 아니라 헉슬리가 옳았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죽도록 즐기기> Amusing Ourselves to Death 라는 제목은 '스스로를 죽이는 재미'라고 번역할 수 있어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뉴미디어 매체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침투했는가. 수천 개 이미지를 쏟아부어 멋진 쇼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거의 모든 내용들이 오락적인 형태를 띠며 전달되었어요. 뉴스도 쇼라는 것.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예요. 진실을 말하는 결정적 기준이 사실 자체보다 전달자의 신뢰성이나 이미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근래 논란이 되는 가짜뉴스를 보더라도 오보나 판단오류에 대한 책임 없이 무분별한 정보를 대량생산하여 혼란에 빠뜨리고 있어요. 더욱 끔찍한 건 디지털 범죄까지 등장했다는 거예요.
저자는 매체에 대한 분별력을 얻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강조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이 자기시대의 문화적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학습을 지도하는 일은 학교의 공인된 책무라는 것. 교육자들은 매체를 의식적으로 자각하여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올바른 매체 인식을 가져야 해요.
아무런 통제 없이 매체를 즐기다가는 결국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책에서는 매체단식을 촉구했는데, 요즘은 같은 맥락으로 '디지털 단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예요.
닐 포스트먼은 헉슬리의 말을 빌려 우리 모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멋진 신세계에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 없이 웃고만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웃는지, 왜 생각을 멈추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243p)
"지금 당신은 20세기에 출간된 책 중 21세기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이 책을 마주하고 있다.
아마 잠시 이 책을 훑어보기만 해도, 1985년 당시 세계에 대한 적나라하고 도발적인 비판 때문에 적지않게 충격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1985년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PDA, 수백 개의 CATV 채널, 통화중 대기, 발신자 번호표시, 블로그, 평면TV, HD-TV, 아이팟, 유튜브 등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은근하면서도 뿌리깊은 텔레비전의 해악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한 이 얇은 책이 오늘날과 같은 컴퓨터시대에 와서야 시의적절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정말 그럴듯하지 않은가?
TV로 인해 온갖 공적 생활(교육, 종교, 정치, 언론)이 어떻게 오락으로 변질되는지....
이미 당신도 마음속으로 동의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생각이 같지만, 나야 닐 포스트먼의 아들이기에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 2006년판 서문 [20주년 기념판을 내며] 2005년 11월 앤드류 포스트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