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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 ㅣ 라임 어린이 문학 34
오언 콜퍼 지음, P. J. 린치 그림, 이보미 옮김 / 라임 / 2020년 5월
평점 :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은 외로운 소년 패트릭과 버려진 강아지 오즈의 이야기예요.
패트릭이 처음 강아지 오즈를 만난 건 유기견 보호소였어요.
그 강아지는 태어나자마자 나쁜 주인을 만나 고생하다가 끝내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픈 사연이 있어요.
그래서 철장 한쪽 귀퉁이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꼼짝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유기견 보호소의 제인 아저씨는 이 녀석이 사람한테 받은 상처가 커서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린 패트릭이 키우기엔 무리라고 했어요.
패트릭은 우겼어요. 벌써 마음 속으로 오즈라는 이름까지 지어 놨거든요.
외할아버지가 오즈의 입양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에 제인 아저씨가 뭔가를 적은 쪽지를 패트릭에게 줬어요.
1. 자! 준비됐겠지? 이 녀석은 갈 길이 멀어. 일단, 오즈라는 이름으로 확실히 정한 거 맞니?
2. 그렇다면 하루에 백 번씩 그 이름을 불러 줘. 오즈가 이름에 익숙해지도록 말이야.
3. 오즈에겐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운반용 케이지나 종이 상자는 안 돼.
오즈가 이것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는데...... 아무튼 아마 가까이 가지도 않을 거야.
4. 당장은 아무것도 안 먹으려 할 거야. 신선한 음식을 내놓고 기다려.
오즈가 보는 앞에서 네가 음식을 먹으면 더 좋아. 안전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번거롭겠지? 근데 이 녀석을 원한 건 너야.
5. 번거로운 거 하나 더 말할게. 비닐봉지와 손 소독제를 늘 가까이에 둬.
오즈는 지금 엄청 긴장한 상태라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6. 이건 아주 중용한 얘기야. 강아지가 짖지 않는다는 건 절대 좋은 신호가 아니야.
네가 오즈에게 짖는 법을 가르쳐야 해.
7. 마지막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해.
녀석에 대한 이야기라면 난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거든. 알겠지?
(49p)
아마 이쯤 되면 <유기견 돌보는 법>에 관한 책인가 싶을 거예요.
음, 확실히 상처받은 유기견을 키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사실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은 살뜰한 보살핌과 올바른 교육이 필요해요. 그걸 해줘야 할 사람은 당연히 반려동물의 주인이고요.
그런데 책임감 없이 그냥 귀여운 개를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키우다가 단순변심으로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참 나빠요.
개가 사람처럼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감정까지 없는 건 아니에요. 괴롭히면 상처받고 버려지면 슬프다고요.
오즈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그토록 애쓰던 패트릭에게 문제가 생겼어요.
오, 이런!!!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던 그 대사가 떠오르는 내용이 나올 줄이야.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사랑은 잠시 뜨거웠다가 식어버리는 나만의 감정이 아니라고요.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이란 네 가지 기본 요소인 배려, 책임, 존중, 이해라고 정의했어요.
이 네 가지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면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린 소년 패트릭이 유기견 오즈에게 다가갔듯이, 오즈도 슬픔에 빠진 패트릭에게 다가왔어요.
소년과 개의 우정 혹은 사랑을 통해 배웠어요. 진짜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