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민주(무궁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깜찍한 책이에요.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우리의 현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자는 영화를 보다가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해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 때, 그때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게 된다고.
바로 그 영화 속 장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고 있어요.
한 마디로 이 책은 저자가 뽑은 영화 스물여섯 편 속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족구왕(2013)/ 감독 우문기 - 소공녀(2017)/ 감독 전고운 - 프랭크(2014)/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 4등(2015)/ 감독 정지우 - 벌새(2018)/ 감독 김보라 - 더 랍스터(2015)/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리틀 포레스트(2018)/ 감독 임순례 - 바그다드 카페 : 디렉터스컷(1987)/ 감독 퍼시 애들론 - 패터슨(2016)/ 감독 짐 자무쉬 - 우리들(2015)/ 감독 윤가은 - 땐뽀걸즈(2016)/ 감독 이승문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감독 실뱅 쇼메 - 레이디 버드(2018)/ 감독 그레타 거윅 - 빌리 엘리어트(2000)/ 감독 스티븐 달드리 - 걸어도 걸어도(200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할머니의 먼 집(2015)/ 감독 이소현 - 원더(2017)/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 칠곡 가시나들(2018)/ 감독 김재환 - 앙 : 단팥 인생 이야기(2015)/ 감독 가와세 나오미 - 집의 시간들(2017)/ 감독 라야 - 프란시스 하(2012)/ 감독 노아 바움백 - 내일을 위한 시간(2014)/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2017)/ 감독 스티븐 쉬블 - 하나 그리고 둘(2000)/ 감독 에드워드 양 - 그녀(2013)/ 감독 스파이크 존즈 -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감독 김초희
"넌 어떤 인생을 살고 있니?"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영화는 그 답하기 어려운 인생을 선명한 장면들로 보여줘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주인공의 마음이 보이고, 그가 처한 상황들이 보여요.
가끔은 내 인생도 영화처럼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해요. 내가 나를 모르는 건, 나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가 아닐까.
저자가 소개한 스물여섯 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요. 슈퍼 히어로가 아니란 뜻이에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뭔가 살짝 부족한 면들이 있어서 첫눈에 반할 만한 매력은 없어요. 오히려 그점이 주인공에게 관심가는 이유인 것 같아요.
영화 <족구왕>의 주인공 만섭을 보면서 처음엔 왜 저럴까, 싶었는데 나중엔 정신이 번쩍 났어요. 와, 저렇게 살 수 있구나,라는 깨우침이랄까.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9p)
"만섭이를 봐.
만섭이가 아무리 병신 같아도
자기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잖아!"
"재밌잖아요." (15p)
아직 보지 않은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서 주인공 양양이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했던 말을 보며 진심으로 공감했어요.
"할머니, 전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나중에 커서 뭘 하고 싶은지 아세요?
사람들에게 그들이 모르는 걸 알려주고 볼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날마다 재밌을 거예요." (183p)
산다는 건 뭘 몰라도 상관 없지만, 재미없이 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답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겠어요.
재미있는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