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방어 -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놀라운 비밀
맷 릭텔 지음, 홍경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까?"  (73p)


<우아한 방어>는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놀라운 비밀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면역이라는 과학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관찰자로서 우리에게 인간의 면역 시스템에 관한 지식들을 전하고 있어요. 

우선 저자 맷 릭텔은 자신의 친구 제이슨이 호지킨병으로 악성종양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암, 감염, 약, 이식편대숙주병 등 수많은 적과 상대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았던 제이슨. 그리고 밥 호프는 면역계가 직면하는 위협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바이러스, 즉 HIV 에 감염됐으나 무증상 환자로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이자 생존자예요. 린다와 메러디스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인데 안타깝게도 그때는 의학계에서 이러한 고통을 간과하거나 무시했어요. 

이 사례들을 모두 합쳐 보면, 면역학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의 면역계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한 사람의 면역계는 너무 약하고, 나머지 한 사람의 면역계는 딱 중간이에요. 아마 모든 사람들의 면역계는 이들 중 하나의 경우일 거예요.


면역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축소판 같아요.

몸 안으로 병원균이 들어오면, 면역계 최전방에 있는 세포들이 위험을 감지해요.

이들은 호중구, 자연살해세포, 수치상세포라고 불리는데, 우리의 소방대 대원인 거죠.

면역세포들이 대거 등장하여 감염된 세포를 먹어 치우면 염증이 심해져요.

부종과 통증, 고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염증이라고 해요. 마치 술집에서 벌어지는 싸움 같은 것으로, 아직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되지 않았어요.

비교적 자제력을 갖춘 상태. 면역계의 목표는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일부 면역세포는 싸우는 과정에서 아군에게 폭격을 해버리고, 또 다른 일부 면역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잘라 낸 다음 림프샘이라 불리는 방어 센터로 가져가 평가를 받아요.

그곳에서 감염된 세포의 일부가 지나가는 방어자 무리인 T세포와 B세포에게 공유되는 거예요. T세포와 B세포는 면역계 최고의 싸움꾼이에요. 

우리 몸속에 있는 수십억 개의 T세포와 B세포는 기이한 성질을 통해 매우 특이한 감염을 인지할 수 있는데,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면 강력한 방어를 시작해요. 면역 반응은 우리 몸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지만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어요. 면역 반응은 피로, 고열, 오한과 온몸이 쑤시는 증상을 동반해요. 수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과잉 면역 반응은 당사자에겐 만성 질환이 되는 거예요. 이것이 면역계가 무엇보다도 평화 유지를 우선하도록 설계된 이유예요. 지나친 힘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어요. 균형은 면역계가 진화를 통하여 터득한 생존전략이에요.

디나렐로 의사는 면역계를 인체 속 경찰이라고 비유해요.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경찰이 필요한데, 경찰이 나서면 염증이 생겨요. 이때 경찰이 너무 난폭하다면 피해를 유발하고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여기서 잠깐, 한 발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은 박테리아의 세계에 살고 있어요. 우리는 박테리아와 함께 살아가야 해요. 가끔 적대적인 감정을 품지만, 대부분 서로에게 협조적이며 이는 서로의 생존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에요. 인류의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면역계와 박테리아의 첫만남은 적대적이었지만 점점 진화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를 선택했어요. 공통의 적은 인체조직을 파괴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기생충 등 소수의 병원균이에요. 


근래 일부 자가면역 질환과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요. 이는 면역계의 균형이 깨졌음을 의미해요. 

왜 그럴까요?

항생제 남용과 일상 생활에서 지나친 청결로 면역계의 훈련과 활동을 막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칭 전문가들이 면역계를 강하게 하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에요. 면역계가 너무 강하거나 약한 것은 모두 불균형 상태예요. 면역계에서 중요한 건 균형을 유지하는 거예요.

우리의 면역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모든 유기체와 전쟁을 벌였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도 마찬가지예요. 인종차별, 외국인 공포증,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인종주의는 자가면역 질환과 똑같아요. 인류는 하나의 유기체, 즉 공동체라는 점에서 만약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어요. 

생물학적 진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은 인류가 다양성에 힘을 보태야 생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나와 너,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에 대해 감사해야 해요. 

면역계는 우리에게 협력과 수용의 편에 서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평화를 추구하는 면역계는 '우아한 방어'로 우리의 건강한 삶을 조화롭게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암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납니다." 

오래전에 흉선의 역할을 찾아냈던 자크 밀러가 면역계와 인생의 의미를 논하면서 내게 말했다.

뇌에 문제가 생기고, 장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폐에 물이 찰 수 있다.

이들 중 일부 원인은 우리의 방어망 때문이고, 일부는 강력한 병원균 때문이다.

하지만 암 같은 경우는 면역계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

그 이유는 면역계가 우리를 개별적으로 방어하도록 진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진화는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없다고 선언했어요." 밀러 의사가 말했다.

"자연은, 그러니까 진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선언한 거예요."

...

죽음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내몰리면서도 겸손하고 우아하게 죽음의 공포를 수용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건강을 지속하려면 이처럼 면역계 자체에 의한 균형만큼 우아한 균형을 이루어 내야 한다.  (489-49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